얘기함 이야기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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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를 잃은 자녀를 위한 공간
만두
우리 엄마는 정말 편안해지셨을까요?
엄마는 오랜 기간 파킨슨병 투병 생활을 하셨어요.
처음 몇 년은 저희에게 숨기셨어요.

엄마가 많은 약을 먹는 걸 보고도 병명을 굳이 밝히지 않으셨는데,
그냥 어디가 아프신가보다 하고 그렇게 궁금해 하지도 않았어요.
왜냐하면 생활하는 게 너무 똑같았거든요. 큰 병 아니겠거니...
워낙 엄마랑은 친하고 일주일에 3~4번은 1시간 이상씩 통화하는 사이여서
엄마가 나에게 숨길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결혼 후 2년 동안 아이 계획이 없던 저에게 아이 낳으면 엄마가 키워주겠다며 재촉했던 것도 엄마지요.
엄마의 권유로 얼떨결에 아이를 갖고, 그 아이를 키워주셨어요.

엄마 마음은 초등학교 들어갈 때까지는 데리고 살다시피 키워주고 싶으셨던 것 같은데
생각보다 빠른 병세의 악화로 돌을 채 못 채웠어요.

그 뒤로는 입원과 퇴원이 반복
아빠와의 사이의 악화

아직 어린 아이를 키우는 저는 별로 해드린게 없네요

틈나는 대로 아이 데리고 가서 재롱 보여드리고,
전화통화하고....
여행 보내드리고, 공연도 보여 드리고...

자식 도리는 하고 산 것 같은데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리도 못한 것들만 생각이 날까요

엄마는 2년여 전부터는 자연사가 꿈이라고 하셨습니다.
자살하지 못하는 이유는 자식들이 받을 상처, 오직 그 뿐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머리를 열어 뇌 수술도 받으셨으나
아빠와의 사이가 악화되어
아빠는 집을 떠나 계시기도 했습니다.

아빠는 몇 년 자기 시간을 갖고 엄마가 많이 아프면 그 때는 엄마 옆에서 병수발을 하겠다고 하셨으나
엄마는 조금이라도 건강할 때 옆에 있어 달라고 더 아프면 내가 알아서 병원에서 지내겠다고 했으나
두 분의 합의점을 찾지 못했습니다.

떠나는 아빠가 나를 만나 엄마를 잘 부탁한다고 할 때
아빠가 얼마나 원망스러웠는지 모릅니다.

두 분은 평생 사이가 좋았던 것만은 아니지만
엄마는 어쨋든 아내로서 엄마로서
자신의 할 일을 모두 해내셨거든요.
모델하우스처럼 깔끔하고 정돈된 집
입 짧은 아빠를 위한 늘 새로운 반찬
자식들 교육이며, 아빠 뒷바라지 어느 것 하나 소흘히 하신 적이 없어요

그런데, 엄마의 투병기간이 길 것이니 자신의 인생을 찾겠다는 아빠가 너무 이기적어서
더 괴로웠습니다.

엄마는 혼자 빈 집에서 어떤 기분이셨을까요?
사이가 좀 좋아지며, 주말부부처럼 지내기도 하다가
마지막 몇 달은 한 집에서 지내셨어요.

그 몇 달간 평화롭지만 않았음을 알아요

아마도 병 때문에 아빠를 힘들게 했을 엄마
집을 나가는 아빠
자살하겠다는 엄마
쇼하지 말라는 아빠

몇 번의 반복

그리고 결국 엄마의 죽음

아직도 아빠가 너무 미워요.
엄마가 병이 너무 고통스러워 결국 죽음을 선택하셨더라도
아빠가 엄마를 그토록 쓸쓸하게 하지 않았다면
엄마의 마지막이 조금 더 따뜻하지 않았을까요?

원래 일주일에도 몇 변씩 한두시간씩은 통화하던 엄마였는데,
언제부턴가 전화하면 잘 받지도 않고
몸이 안좋다며 짧게 통화하고 끊은 날이 더 많았어요.

돌아가지고 폰을 찾아보니
최근 일년간은 한달에 한번정도 밖에 통화를 안했더라고요....

정 떼려고 그러셨던 걸까요.

제 아이가 첫 손주라 정말 애틋해하시면서도
어느 순가부터는 자주 데리고 오지 말라고 하시더라고요.
아픈 할머니로 기억되고 싶지 않다고요.

신생아때 우는 아이 옆에서 밤새 업어주고, 돌봐주며
나와 함께 같이 밤새주었던 우리 엄마..
아이는 그걸 하나도 기억 못해요.
그래도 할머니의 사랑이 어딘가에 남아있겠죠?

엄마에게 무얼 먹고 싶은게 있느냐 물으면
잘 못먹는다고, 딱히 없다고 그러셨는데
그냥 집밥이 제일 먹고 싶다고 그러셨었어요.

직장 다니며 반찬도 사먹는 저라 딱히 요리 한 번 못해드렸었는데...
지지난 겨울에 주말 부부를 몇 달 하게 됐었는데,
그때 3~4개월 정도 함께 지냈어요.

없는 솜씨로 이것저것 해서 같이 먹었었는데...
인터넷에서 산 밀키트로 한 감바스를 드시곤 너무 맛있다고 많이 드시는 모습을 보곤
너무 기분이 좋았던 게 생각나요

그 쉬운 것도 몇 번 못해드렸네요

그 아픈 몸으로 저 출근 한 사이에
청소며, 빨래며 해 놓으셨던 우리 엄마

자식에게 짐 될까봐
결국 내 집에서 나갔던 우리 엄마

그래도 그 몇 달이 좋았다고 해주던 우리 엄마

내가 어디가서 이런 사랑을 또 받을 수 있을까요

자연사가 꿈이던 우리 엄마는
결국 죽음을 선택하셨어요.

사실 죽는 방법 찾아봤다 죽고 싶다는 말 여러 번 들었어요
처음엔 아픈 엄마지만 옆에 있어 주는 게 나에겐 너무 힘이 되고 좋다고
말려도 봤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말리지도 못했어요.

그런 이야기를 하는 엄마의 마음이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내 마음 편하자고 엄마 고통을 참으라고 하는 것은 내 이기심이 아닐까 하는 마음에
그저 듣고, 결국 지키지도 못할 약속들만 했어요

내년 여름엔 일본 온천에 가자
가을엔 가족 사진을 새로 하나 찍자

하나도 못지켰네요...

핸드폰에 있는 엄마의 셀카들은 영정사진을 위한 것이었을까요?

결국 8년 전 내 결혼사진에서 뽑은 영정 사진은...
내가 기억하는 예쁜 엄마의 모습이 아니라...

가을에 가족 사진 찍자던 내 약속을 지키지 않은 내가 너무 미웠어요

엄마의 마지막이 계속 생각나요
내가 눈으로 본 것도 아닌데
쓸쓸하게 내다봤을 창 밖
그리고 ....

머릿속에서 반복해서 재생돼요

정신과도 다녀봤어요
2달 정도 다니다가 바빠서 ... 아이와 같이 갈 수가 없어서...
이래저래 미루었는데
다시 다녀야 할까요

가슴이 뻥 뚫린 것 같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 모르겠어요
내 몸의 일부를 잃은 것 같아요

어린 내 아이가 아니었다면
나는 어떻게 살았을지 모르겠어요

엄마는 그 곳에서 편안하실까요

사후세계같은 거 안 믿었었는데
있었으면 좋겠어요

엄마가 그 곳에서 편안하게 계셨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나중에 만나서
또 내 엄마가 되어
내 얘기 들어주고, 내 친구가 되어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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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원(반달) 20210415015519
     안녕하세요.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얘기함 동료지원활동가 '반달'입니다 ‘ID 만두’님이 작성해 주신 글 잘 읽어보았습니다. ‘ID 만두’님의 글을 읽고 저 역시 많은 생각이 들어 이렇게 답변을 드리는 데 시간이 걸리게 되었습니다. ‘ID 만두’님이 어머니를 떠나보내고 무척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신 것 같습니다. ‘ID 만두’님께서 경험하고 지나온 과정들이 저의 시간과 너무 같아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언제나 깨끗이 청소된 집안과 입에 맞는 반찬들 더 깊어지는 병을 자식들에게 보이지 않으려고 했던 날들과 점점 뜸해지는 연락,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자까지 차갑게 대하던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이 같이 떠올라 ‘ID 만두’님께서 얼마나 힘들고 아픈 시간을 보내고 계실지 그대로 전해집니다. ‘ID 만두’님께서 아버지와 관계로 고민하고 미워하는 마음과 어머니를 떠나게 한 죄책감으로 마음이 많이 복잡하실 것 같습니다. 우리와 같은 경험을 한 많은 유족분들이 경험하는 과정입니다. 저 역시 어머니의 병을 이해하지 못하고 수차례 죽음을 시도한 어머니에 대해 모진 말을 쏟으며 약한 어머니의 마음을 더 악화시키던 아버지에 대해 원망과 미움이 컸습니다. 어려움이 없던 가정도 이 경험 후에는 서로를 탓하고 거리가 멀어지기도 하는데 병이 깊어지면 갖은 갈등을 겪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에 스스로 세상을 떠나신 것에 대한 죄책감도 그 마지막의 갈등도 더욱 깊어지게 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서로를 원망하는 것은 잠시 느끼는 죄책감과 자책으로 일부 벗어나게 할 수 있으나 다시 서로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고 나 역시 똑같은 상처를
    [전체 내용은 글쓴이에게만 보입니다.]
탕자
아버지..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햇수로 6년이 흘렀네요

6년이 지나도 고통은 끝이 없는것같아요

이제 더이상 살아갈 희망도 힘도 없습니다

아버지 극단적 선택의 충격이 이렇게 오래갈지 몰랐어요

죽을때까지 사라지지 않을수도 있겠지요

매일 죽음에 대한 공포로 잠이 듭니다

나도 죽을까봐 무서워요

극단적 선택은 안할테지만

제정신이 아닐때가 많네요

나도 정상인처럼 살고싶고

6년전으로 되돌아가서 다 되돌리고싶네요

삶이 무의미해요

아무런 미련이 없어요

그냥 하루하루 버티고 있을뿐..

여러 복합적인 상황과 환경들 때문에 많이 힘이 드네요

인생이 이렇게 힘든지 몰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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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원(별헤는밤) 20210203001941
    안녕하세요. 중앙심리부검센터 얘기함 동료지원 활동가 '별헤는 밤' 입니다. 작성해 주신 글 잘 읽어보았습니다. 사랑하는 아버님을 잃고 그리움과 슬픔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시는 게 느껴져 저 역시 가슴이 저려옵니다. 먼저 “ID 탕자”님께서 느끼시는 두려움과, 그립고 슬픈 마음으로 혼란스러운 감정은 이 공간을 찾아오는 유족분들 모두가 느끼시는 자연스러운 감정임을 알려 드리고 싶습니다. 저 역시도 갑작스레 동생을 보내고 한동안 “ID 탕자”님 처럼 죽음에 대한 공포와 무기력감으로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 당시, 저를 상담해 주시던 어느 선생님께서 제 두려운 감정의 시작은 불안감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려주셨고, 그로 인해 저는 제 마음 속 여러 감정들을 하나씩 찬찬히 들여다 보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그 이후 복잡한 감정들의 실타래가 조금씩 풀리며 서서히 온전한 감정들을 느낄 수 있게 되었습니다. ID 탕자님이 "하루 하루 버티고 있다"고 표현해 주신 점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셨을 거라고 느껴졌습니다. 힘든 시간들 속에서도 ‘얘기함 이야기 공간’에 찾아와 글을 남겨주시는 것에서 “ID 탕자”님의 힘이 느껴졌습니다. 이렇게 글로 다른 유족분들과 마음을 나누시는 것 또한 복잡한 마음을 정리하시는 데 도움이 되실 거라 믿습니다. “ID 탕자”님이 말씀 주신 내용에서 아버님을 떠나보낸 후 ‘무의미’하기도 하고, 더불어서 ‘복합적인 상황’까지 놓여있는 상황이어서 더욱 힘드셨을 것 같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예전의 평범한 일상으로 완전히 돌아가는 것은 결코 쉽지않은 일이겠지요.
    [전체 내용은 글쓴이에게만 보입니다.]
pepi
그리운 어머니..
어머니와 사별한 이후 어머니가 그립고 보고 싶을 때면
저는 언제나 납골당을 방문하곤 했습니다.

대학교 이후에는 기쁜 일에도 어머니와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에 열심히 공부하여 제가 원하던 회사에 최종 합격 한 후에도 납골당에 방문하였습니다.

이후에 평생를 함께 하기로 한 연인과도 납골당에 방문하여 어머니에게 소개 시켜 드렸고,
첫 아이가 태어나서도 어머니에게 손주를 보여드리겠다고 아내와 함께 약속하고 방문하였습니다.

어머니가 언제나 나를 지켜주고 하늘에서 보고 계시다고 생각하며, 자주는 아니지만 기쁨을 어머니와 함께 나누고 싶을 때면 큰 저와 가족들 안에서 활력이 되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어머니의 생일을 맞이하여 글을 남깁니다.

글을 남기고, 함께 납골당 방문하는 것 자체도 어머니가 함께하고 있다는 생각에 큰 위로와 기쁨이 되고 있어서 이곳에서도 나누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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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중앙심리부검센터 얘기함 동료지원 활동가입니다. ‘ID pepi’님이 남겨주신 글 잘 읽어보았습니다. 어디에서도 표현하기 힘드셨을 텐데 고인을 더 잘 기억하고 추억하기 위해 “얘기함 이야기 공간”에 찾아 와서 글을 남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대게는 고인을 떠나보낸 후 다른 가족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신경 쓰며 이야기를 하지 못하거나, 힘들어하곤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요. ‘ID pepi’ 님이 남겨주신 글이 이 글을 보고 있는 또 다른 유족분들에게 고인 기일이 다가올 때 잘 추모하는 방법에 대한 도움이 되고, 위안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어머니를 떠나 보낸 후 가족들이 고인에 대한 이야기를 일부러 피하는 모습 때문에 많이 힘들어하곤 했습니다. 저는 당시에 ‘ID pepi’ 님 처럼 가족들과 함께 납골당을 방문하진 못했지만. 가족들 저마다 고인을 추억하고 추모하는 방법으로 시간을 보내며 나눴습니다. 제 동생은 고인에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아버지는 추억하는 물품을 도자기로 만들기도 하십니다. ‘ID pepi’ 님의 글을 보고 고인과의 추억이 깃든 장소나 납골당을 방문하는 것이 애도과정에 도움이 될 수 있겠다고 느껴졌습니다. 가족들 안에서도 고인을 애도하는 방법과 시기가 다르기 때문에 강요할 수 없지만,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추억할 수 있는 것들은 찾아보는 과정 자체만으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얘기함 이야기 공간“ 에 글을 쓰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으셨을 것 같은데 ‘ID pepi’ 님만의 고인을 추모할 수 있는 방법을 나눠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언제든지 고
    [전체 내용은 글쓴이에게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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