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그곳은 편안하냐... 너에게는 전생이었을 이곳은 꽃이 만발한 화려한 봄날이지만 내가 기억하는 계절은 칼바람 몰아치고 눈발 날리는 겨울 뿐이다.
마지막 세상을 눈에 담으려고 그랬을까... 잠이 든 듯, 얼어붙은 듯, 살짝 덜 감긴 너의 눈 하고 싶은 말을 전하려 하는 듯 다물지 못한 너의 입 내 뺨에 닿는 너의 차가운 얼굴 감촉... 아무것도 잊지 않을게. 너의 목소리, 말투, 걸음걸이, 웃음, 욕실에서 부르는 노랫소리.... 내가 하나도 빠짐없이 기억할게. 다시 만나면 내가 너를 알아볼게. 너는 전생의 엄마를 잊어도 괜찮아. 이젠 아무것도 하지 말고 편안히 쉬어도 돼.
세상에 하나뿐인, 도저히 떠나보낼 수 없는 나의 아들아 이젠 찬란한 별이 되어 영원히 빛나기를... 전생의 엄마를 기억하지 않기를... 고요하고 따뜻하고 부드러운 곳에서 편히 쉬기를...
찝찝한 마음에 이혼소송중이었지만 당신에게 계속 관심을 가졌어 그러던중 공과금 미납에 일부러 시위한다고 생각했던거야 이제 헤어지는 날도 몇달 채 안남았는데 이혼녀가 아닌 과부로 나를 만들어 버린거야 퇴근후 자살의심신고를 하고 다른지역에서 폰이 2월10일에 꺼져있다길래 나는 가족들이 당신을 폐쇄병동으로 보낸줄 알았어 원래 가고 싶어했던곳이잖아 정신병원 입원이 ,, 집에 없는것 같아서 이틀뒤 주말 낮에 문을 강제로 열고 9개월동안 못들어 갔던 집으로 가고 싶었어 근데 실종으로 처리가 되어 당신 동생한테 도어락 비밀번호를 받았다 경찰에게 비밀번호를 알려주니 집을 확인하겠다고 하고 나는 우리엄마에게 전화해서 정신병원에 입원한것 같다는 얘길하다가 경찰이 연락달라는 문자가 온거야 긴장도 했는데 설마설마 했었다 . 근데 경찰은 가셨다고 하길래 어디를 갔냐고 물었더니 돌아가셨다고 하더라고 그순간에 두렵고 무서움 그리고 서러움이 폭발한거 같았어 내가 당신을 위해 울었던적이 있었던가 ,, 이렇게 크게 울었던적이 있었던가 그곳으로 가겠다고 하고 나는 미친듯 울면서 어떡해 엄마만 외쳤다 ,, 그리고 도착해서 현장에서 당신을 봐야 믿길것만 같아서 당신을 보고 29일 이미 19일이나 지난 당신의 얼굴 , 이불에 감아놨지만 새까만 발끝 10일이상 매달려있던 당신,, 그간 얼마나 힘들었니 내가 신변보호 상태가 아니었다면 , 이혼소송을 하지않았더라면, 좀 더 일찍 연락했더라면 당신이 내게 좀더 다정했더라면,, 가족들이 당신에게 계속 관심을 줬더라면 그랬다면 살았을까 오만 생각이 나를 감싼다 . 유서에도 사후처리 , 살고싶은욕망, 곱게 가려는 노력 그리고 나에대해 미안함 보고싶음 고마움 다 담아 꽉 채워 2장을 보냈더라 그렇게 할말 많은데 왜 죽었니 1월17일 부터 메모장에 쓴 일기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 공포 살고 싶은데 죽어야 하는 상황 , 죽었을때 더러워질 자신에 대한 처리방법 4일간 굶고 관장까지 하며 치밀하게 에어컨으로 부패를 막고 폰 동영상에 남긴 9월 부터 준비한 자살방법 자신처럼 천재적으로 자살하는 사람은 없을거라는 영상에 눈물흘리며 두렵다는 당신, 돈아끼려고 먹고 싶은거 참고 더러워질 시신에 대한 걱정에 배를 곪고 춥게 있고 제일 저렴한 옷을 입고 그렇게 9월부터 2월까지 계속된 시도 2월10일 남들은 설당일이라고 가족들과 명절을 행복하게 보내는데 말할 사람도 없어 말하는법을 잊었다고 웃으면서 여러사람들과 대화하고 싶다는 당신 메모장 빼곡하게 백가지 이상 먹고싶은 음식을 써내려가고 춥고 배고프고 죽기 두렵다는 글 이겨내야한다는 글 고통은 잠시라는글, 내가 보고싶다는글 , 조금만 더 잘해주고 칭찬해주고 아껴주고 사랑해줄걸 아쉬운글 ,, 과거 자신의 불우한 환경 , 이혼소송 재산에 대한 불안 , 육신에대한 고통 지금자신이 처한 환경등 빼곡하게 1월17일 부터 2월10일 까지 적힌 글 마지막에 휘갈겨쓴 더이상 춥고 배고픈거 못참겠다는 글 내가 고아도 아니고 추석도 설당일도 혼자란말 이게 말이되냐는말 동영상,유서,메모장일기 삶의 애착이 많이 남은 당신 누군가 잡아주길 원했겠지 . 자살예방센터에서 나온 문자 고위험군 , 살기위해 예방센터도 찾았지만 결국엔 자살에 성공을 했어 끊임없이 도전했지만 누군가 자신을 잡아주길 바랬을거야 누구보다 더 살고 싶었을거야 죽기전 나를 보고 싶었을거고 따스한 밥한끼에 만족감있는 누가 차려준밥 그리고 따뜻한곳에서의 숙면 그런날을 기다리면서 말이야
생후 3개월 사망했던 우리 딸에게 늘 가고 싶었던 당신 나는 졸지에 남편도 아기도 잃고 혼자 남겨졌다. 혼자 남겨질 나를 걱정하면서도 이기적이게 가버린 당신 유골은 아기와 자신의 유골과 같이 뿌려달라기에 고생 했지만 당신 약속 지켰고 ,, 당신 가족들이 나를 원망했지만 그래도 발인후 나를 안아주며 잊고 잘살라고 하시더라
당신은 나에게 못할짓 한거야 목숨으로 죗값을 갚았다고 하지만 아니야 ,, 당신은 나를 죽음으로 인도하고 있고 당신의 자살이 나에대한 복수였어 남겨진 사람의 기분을 지금 절실하게 느끼고 있어서 간신히 버텨보고 있어 근데 점점 망가지고 화가나고 살릴수 없을까하는 그런 마음 분노 , 당신이 죽어갈때 나는 빨리 발견할수 없었고 죽기전 한번도 연락하지 못했던것 가족들에게 당신을 맡기지 말았어야 했던 자살전 춥고 외롭고 두렵고 무섭고 배고팠을 당신이 가여워서 눈물이 멈추질 않아 이 무기력함이 뭘까 이 분노가 뭘까 이 서러움이 뭘까 이 감정들이 나를 너무 힘들게해 밥을 먹을때 마다 당신이 먹고 싶었다고 적은 글귀에 먹지도 잠을 자면 또 떠오르는 당신생각에 잠을 자지도 웃음조차 일조차 너무 일상적인것들 조차 하지못해 멍하고 수도꼭지처럼 흐르는 눈물
다 잊고 이혼하고 남처럼 살거란 생각만 했어 주홍글씨 처럼 찍히 사망자 당신의 이름이 나는 밉다 싫다 두렵다 되돌리고 싶다 . 서로 미워하지말고 원한갖지말자 좋은기억만 남기자 했는데 나는 애새끼처럼 그게 안되는게 더 화가나 .
나는 여전히 아빠를 추억해. 내 동생도 그래 우리는 아빠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나누고 힘들어해. 아빠가 무책임하다는 욕을 하면서도 동시에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하게 된다? 살아있을땐 너무 밉고 무서운 사람이었는데 첫째딸이란 이유로 유골함을 들고 산을 올라갔던 그 시간을 생각하면 이 작고 가벼운게 우리 아빠구나 생각하게 돼. 자살이라서 부끄러웠는지 아빠의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보낼 준비도 보내는 과정도 없이 그냥 아빠를 덜컥 땅에 묻어주고 나니 밀려오는 서러움과 죽고 싶은 마음이 감당이 잘 안 된다.
아빠는 뭐가 그렇게 괴로웠어? 먼저 연락 끊어서 미안해 아빠의 아픔이 되어서 미안해. 아빠 대신 내가 죽었어야 한다는 생각을 종종... 사실 자주 하곤 해 오늘도 무기력함에 못 이겨 누워서 시간을 보냈어. 밖에 나가지 않았어. 날씨는 참 좋다. 아빠는 뭐가 그리 급해서 아빠 생일을 얼마 안 남겨두고 죽은건지. 유서에 나와 동생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잔뜩 쓰고 간건지...
그 곳에서는 편안하면 좋겠어. 그리고 편안하다면 나도 따라가고 싶어. 아빠의 마음은 아프겠지만 나는 이제 견뎌야 할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생각해.
사랑해 아빠 나도 동생도 아빠를 사랑하고 추억해. 아빠는 우리 안에 여전히 살아있어. 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