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일이라는 시간이 이렇게 짧고 슬픈지 몰랐어 동생아 내동생 너무 미안해 불쌍한 내새끼 누나가 우리가족이 힘든것도 모르고 못 지켜줘서 너무 미안해
이 생은 미련갖지 말고 좋은곳으로 가서 맘 편하게 행복하게 지내야해
여기서는 누나가 니 몫까지 열심히 살아볼게
마음이 너무 아프다 동생아 혁아 가슴이 찢어지는거 같아 너무 보고싶다 부디 좋은 곳으로 가 사랑한다 미안해 사랑해
안녕, 아빠
나 큰딸이야.
아빠한테 편지 쓰는것도 초등학생 이후로 안한거 같네.
벌써 2020년이 되었어.
어린이집을 다니던 막둥이는 벌써 초등학교를 들어간다? 나는 벌써 대학생이 되었고 둘째는 벌써 사춘기를 맞이하고 있는 중2가 되었어
아빠 난 있지 그날을 아직도 종종 생각이 나더라.
시험기간이라서 공부랑 고등학교 때문에 입시를 번갈아가던날 수행평가를 위해 나 혼자 버스 타고 갔는데 집으로 오라는 동생의 전화에 그냥 무시했고 그 다음으로 온 엄마의 울음이 담긴 전화에 심장이 철렁 내려앉더라
사람들이 말하는 심장이 철렁 내려 앉는다 라는 뜻을 알게된 순간이였어
그래도 난 장녀니까 엄마 옆을 지키겠다고 응급실에서부터 아빠가 땅에 잠드는 순간까지 전부다 옆에서 지켜봤다?
울기도 했지 근데 나까지 울면 어른들이 힘들어진다는 생각에 울음을 꾹 참고 어른들을 달래고 애써 웃어보았어.
난 장례식장이 쓸쓸하면 어떡하지 걱정했는데 아빠 친구분들이 전부 지켜주더라 밤을 새면서까지 아빠를 지켜주고 아빠가 묻어지는 순간까지 같이 있어주었어 정말 아빠는 좋은 분들 사이에 있었다는걸 알게되더라.
나도 좋은 사람들을 만들어 가고 있어 아빠와 함께 갔던 곳을 하나하나 또다른 추억을 위해 돌아다니고 있다? 그래도 아빠랑 있던게 더 좋았더라고 그리고 물론 아빠가 구워주던 고기가 제일 맛있더라고 이젠 그리운 맛이고
이젠 모두가 하나하나 원래 퍼즐을 찾아가는거 같아. 엄마도 동생들도 나도
지금쯤 아빠는 그곳에서 취미였던 사진 많이 찍고 있지? 나도 이제 아빠처럼 취미가 사진이 될거 같더라. 왜 아빠가 사진을 좋아하는지도 알거 같고
왜 하필 조현병이란 병이 우리 엄마한테 찾아와서 한 평생을 괴롭혔을까 사는동안에도 고생 진짜 많이 했는데 마지막까지도 너무 비참해 우리 엄마
삼촌이 그러는데 매일 밤마다 울었다며 나 못 키워서 미안하다고 엄마 나한테 미안하지 나도 미안해 다른 엄마와 다른 엄말 원망했었어 다른 평범한 가정이 무지 부러웠어 나도 남들처럼 평범하게 엄마 아빠랑 오순도순 살고싶었는데 나한테는 큰 욕심이였나봐...나 어렸을 때 같이 찍은 가족사진 속에선 우리 참 평범했네 사진첩 보니까 우리 나들이도 많이 간 것 같은데 너무 어릴때라 기억이 하나도 나질 않아.. 엄마 한달에 한 번씩 나 보러 왔을때 나 항상 안아줬잖아 포근했던 엄마 품이 너무 그리워 시간이 지날수록 목소리도 희미해져가 사는동안 못 볼 생각하니까 너무 마음이 아파 하지만 나 무너져내리지 않고 엄마 몫까지 꼭 열심히 살꺼야 이번에 수능 잘 봐서 꼭 원하는 대학 붙을게 엄마가 하늘에서 응원해줘 우리 딸 잘 해낼 수 있다고... 엄마 만약 다음생이 있다면 한번만 더 내 엄마 해주라 그땐 우리 이렇게 빨리 헤어지지말고 오래오래 같이 살자 엄마 많이 보고싶고 사는동안엔 한 번도 못 말했는데 사랑해 엄마 무지무지 사랑해 나중에 하늘에서 꼭 만나요 이번 생에 내 엄마 해줘서 고마웠어요 좋은 추억만 잘 간직할게 이제 맘 놓고 편히 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