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가 죽은 지 벌써 딱 반년 됐다. 매일매일 하루는 그리웠다가 하루는 원망스러웠다가 하루는 무서웠다가 그런다. 언니가 유서에 이제 그만 쉬고싶다고 했지. 하루는 또 부럽기도 하다. 나도 그냥 이제 그만 영원히 쉬고싶다.. 엄마아빠도 불쌍한데 자꾸 언니가 없어진 뒤로 더 엄마아빠한테 신경질만 내게 돼서 더 미안해. 내 자신도 밉고 그냥 사는 게 문득문득 지친다. 예전부터 그랬지만 언니라는 본보기가 생기니까 그냥 나도 따라가고싶다.... 말로만 이래놓곤 결국 안 죽을 확률이 더 높지만. 아무튼 눈물난다 오늘도
사랑하는 우리오빠
오빠 안녕, 너무 오랜만에 쓰는 편지네.
나 슬퍼하고있지만 않으려고 열심히 살았어 오빠. 매일 오빠 생각나고 가슴이 아파도 그래도 난 살아가야만 하니까 오빠 몫까지 살아내야하니까...열심히 해왔는데...참 어렵다...난 오빠가 필요한데 왜 그리 일찍가버렸어. 오빠만큼 나를 사랑해주고 믿어주는사람 세상어디에도 없어...오빠 너무 보고싶어 정말 많이보고싶어. 오빠 목소리도 이젠 희미해져가. 그게 너무 괴로워...
오빠 나 너무너무 힘든데 꿈에 찾아와서 잘하고있다고 오빠가 다 안다고 한번만 안아주고가. 보고싶어...
잘 지내니?
누나는 이번주를 끝으로 몇 개월간 씨름해온 일들의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어
어제는 어버이날이었는데, 네가 있었다면 얼마나 재미있는 하루였을까 하고 잠깐 상상해봤다
이벤트를 좋아하는 내가 세운 계획에 군말없이 따라와주고, 귀찮은 일들도 내색않고 열심히 해주던 너
그런 네가 올해는 이벤트는 커녕, 불효 중에서도 가장 나쁜 짓을 저지른 채로 저 하늘에 있구나
네가 떠난 여름이 오고 있어
내가 가장 좋아하던 맑은 하늘과 따사로운 햇살은 네가 떠난 그날을 떠올리는 존재가 되었고,
여름은 네가 잠들어있는 그곳으로 널 보러 가야 하는 계절이 되었지
니가 그렇게 우리 가족을 떠나고 나서, 졸지에 외동이 되어버린 나는 끊임없이 생각했어
내가 살아가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말이야
그게 없으면 널 따라 가고 싶어질 것 같았거든
내가 찾아낸 가장 큰 이유는 우리 엄마 아빠때문이야
니가 나한테 떠넘기고 떠나버려서 몇 배는 더 막중해진 나의 임무이기도 하지
매일 엄마아빠가 출근하고 혼자 남으면 믿지도 않는 신에게 기도해
제발 우리 엄마아빠만은 데려가지 말아달라고
떠난 사람과 남겨진 사람 중에서 남겨진 사람이 된 나는, 아무 통보도 없이 남겨지는 아픔이 뭔지 더 잘 알아서
그래서 더 떠날 수 없어 그리고 이제 누군갈 보내기도 싫어
니가 누나에게 남기고 간 상처는 흉터처럼 평생을 내 마음을 아프게 할 거야
그 어떤 행복으로 이 슬픔을 지울 순 없어 니가 돌아오지 않는 한은
그래도 난 어떻게든 살아갈거고, 날 지켜주는 가족 그리고 친구에게 최선을 다할거야
널 잃고나서 난 변했어 이제 세상에 더 무서울 것도 슬플 것도 없거든
언젠가 하늘에서 만나는 날, 난 어리고 철없이 날 떠난 널 딱 죽기 직전까지 패버릴 거니까
거기서 기다리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