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벌써 아빠가 우리옆에 없는지 600일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다들 이제 원래 리듬으로 돌아오고 있는거 같아.
근데 나는 이상하게 그날이 종종 생각나더라 난 그날 아무것도 모르고 내 눈앞에 있는 아빠를 지나치고 수행평가 할려고 갔다는게 너무 한심하고 바보같아. 차라리 그때 내가 전화 한번더 하고 내가 찾았다면 엄마에 아픔을 조금 덜어줬을까? 하고
사실 우리 아빠가 그렇게 돌아갔다는걸 숨기고 있었어 나는 친한 친구들 두명에게는 말했지만 그외에는 무섭고 어떤 시선일지 몰라서 숨기고 있었는데 최근에 한명더 늘었다?
근데 이상하게 말하면 후련할거 라고 생각했거든 근데 이상하게 아니야. 왠지 아빠가 없다는걸 또 인정해서 그런걸까?
종종 아빠가 마지막으로 있던 곳에 가면 가끔씩 생각나더라. 그땐 눈뜨면 없다는 사실에 익숙해지기엔 너무 힘들줄 알았는데 이제는 그때보다 아주 조금 덜 힘든거 같아.
아빠. 나 마지막으로 인사한 그날 이후로 울어본적이 없다? 아니 손에 꼽을수 있을거 같아. 이상하게 눈물이 안나더라 엄마는 종종 펑펑 우는데 나는 눈물이 안나더라 나 혹시 아빠에겐 좋은 딸이 아니였나봐. 눈물도 안나는거 보면
아빠 그거 알아? 아빠가 그렇게 하늘나라에 가기 전 이틀전에 내 생일이였다? 저번년도에 아빠가 없은 첫 생일을 맞았는데 이상하게 그날따라 기쁘지 않더라 웃음도 안나와 차라리 울면 좋겠는데 울음도 안나왔어. 친구들은 축하한다고 하는데 내가 이 축하를 받아도 되는 사람일까? 라는 생각만 들더라.
몇개월 많이 남았는데 그때 내 꿈에라도 나와서 잘 지내고 있는지만이라도 물어봐줘. 그럼 나 진짜 그주에 그나마 웃으며 지낼 수 있을거 같으니까
보고싶다 내 동생
어디서 뭐하는지 잘 지내는지
마음아파 하진 않는지..
미안해 누나만 살아있어서
누나가 못지켜줘서 미안해
또 다른 나를 잃은 것 같으면서도 사실 안 믿겨
하루는 가슴이 너무 아프게 차오르다가
하루는 애써 너를 잊고 지내다가
하루는 어떻게 니 생각을 안했지 하다가
그렇게 하루하루 보내고 있어
보고싶다 동생아 미안해
나중에 꼭 만나
사랑해
벌써 시간이 이렇게나 흘렀네...
작년 이맘때 우리 참 힘들었는데 말야...
좀 있으면 네가 떠난지 1년이 되네..
아무것도 변한게 없어...
원래 내딸,내아가가 존재하지 않았던것처럼 말야...가끔은 소름끼치게 공포로 다가와...
변한건 아무것도 없는데 왜 엄마 옆에서
꺄르륵 넘어가던 너만 사란진걸까...
내새끼...내아기...너무 보고싶다...내아기 한번만 안아볼수있다면 엄마가 머든 할텐데....
13년 전, 열여섯이던 해에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그때는 몰랐는데 지금 와보니 술을 마신 다음날 바로 죽을 리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 전날까지도 아빠와 할머니 댁에 있었는데 그 날도 여전히 술을 시키더라고요. 할머님은 이런저런 핑계로 보내시려고 했는데 그때 봤어요. 이런 순간까지도 술을 마시는 구나, 정말 나쁜 사람이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게 참 후회됩니다. 그리고 그 일은 사고사가 아닐 거라는 확신이 들었는데 돌아온 다음 날 새벽에 자고 있는데 어머니가 깨우셨어요. '아빠, 돌아가셨다.' 그 말에도 믿기가 힘들었어요. 13년이 지난 지금에야 실감이 나요. 물론, 새아버지가 계시고 너무 화목해요. 근데, 그게 더 내 마음을 울려요. 가끔이지만 그렇게 돼요. 내가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걸까? 그런 생각이 들거든요. 너무 행복해서 가끔은 아빠를 잊어먹기도 하는데 그때 맞춰 꿈에 아버지가 나와 환하게 웃으시더라고요. 그 옆에 그때 그 할머니도 같이 계셨어요. 깨고서 느꼈죠. 아, 이제 진짜 두분 다 가셨겠구나 라는 느낌이요. 엄마가 연락도 안 된다셨어요. 마지막 기억까지 그렇게 흐려져 갑니다. 근데요, 딱 하나 지워지지 않는 게 있다면 '아빠, 기일' 이런 단어에 눈물이 나요. 아직 제 마음 한구석에 아빠가 있는 거겠죠. 그래요, 지금 처음 말해봅니다. 아빠, 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