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뭐하지?
씻고 밥도 먹고 청소도 하고, 그리고 남는 시간엘 뭘 해야할지 모르겠어서 친구한테 물어보려다가 말았어.
물어본들 나는 시키는대로 안할 거 같더라고
지금 내가 뭘 하면 좋을지 몰라서 못하는게 아니니까
TV나, 어디서 보고 들은 것들, 이게 좋다던가 하는 처방들 다들 비슷하게 알고 있잖아
내가 우울해져보니까, 이제 알겠어
언니에게 내가 이거 해라, 저거 하자 했던 말들
언니한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을 거 같아
그냥 언니 옆에서 같이 밥 먹고, 언니 손 잡고 일으켜 세워서 데리고 같이 나가 산책도 하고 했어야 했는데
말이, 그저 말 뿐인 말이, 무슨 힘이 있어
근데 나는 내 일상을 지킨답시고, 내가 멀리 있다는 핑계로,
언니 손 한 번 잡고 일으케 세워주지 못한 거 같아.
언니 내가 언니를 꼭 안아줬었나?
언니가 내 앞에서 울 때, 내가 언니 안아줬었어?
등을 토닥여 준 기억은 있는데, 꼭 안아줬었는지가 기억이 안나
아빠가 돌아가시기 전에 아빠가 정말 가느다란 생명의 끈을 간신히 붙잡고 있는거 같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언니도 그랬던 거 같아
너무 힘들고 괴로워서,
아득히 멀어지는 정신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던거 같아
언니가 첫째 수학 문제 간단한 걸 못 풀어서 나한테 물어봤을때
그게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야 했는데
그거 하나 알아차리지 못했어
오빠 손잡아줘 안아줘 나 너무 미워하지마,,
조금만 미워하다가 다시만나는 날, 잘 버텼어 보고싶었어 라고 하며 안아줘 손잡아줘. 나는 니가 없어서 내가 없어. 외롭고 지루하고 허무하고 공허하고 불안해. 그래도 다시만났을 때 너한테 칭찬받아야하니까 잘 버틸꺼야. 정말 많이 아주많이 깊이 그립고 보고싶어 미안해
늘 자기전에 꿈에서 만나쟈 했으니 오늘도 꿈에서 만나
많이 사랑해 ㅇㅈㅎ
언니
언니 입관식할때 엄마 얼굴 마지막으로 한 번이라도 더 볼 수 있을까
손 잡고 어른들 뒤를 졸졸 따라다니던 애들 생각이 나서 오늘은 자꾸 눈물이 나네
근데 애들 결국 언니 얼굴 못봤잖아
나중에 말하더라고. 자긴 엄마 얼굴 볼 수 있을 줄 알았데.
울지도 않고 그냥 조금 속이 상한 표정으로 말하는데.
그게 더 속이 상하더라.
근데 있지, 언니
입관식 때 그 때 그 차가웠던 언니라도,
나 지금 언니가 너무 보고싶다
그 언니라도 너무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