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일년이 지났어. 우울증이 있다해도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던 내가, 우울증에 대해 무지했던 내가 미안해. 둥이들 키운다고 바쁘단 핑계로 옆에 있던 너에게 신경못써준게 미안해. 둥이들은 이모가 외국간줄알아. 니가 썼던 물건들 둥이들이 보면 이모 냄새가 난데. 멀리 살아서 이모 몇번 보지도 못했는데 이모 냄새를 기억한다니...아직도 실감이 안나. 니가 며칠 톡을 읽지도 않았을때 그때 난 뭘 하고 있었는지, 어디에 있었는지, 후회가 되. 너한테 가볼걸...그날 경찰과 소방대원들이 왔을때 나보고 들어오지 말라고 했을때, 들어가서 너의 마지막 모습을 못본게 한편으론 다행인건지 아직도 모르겠어. 그날은 눈물도 안나더라. 미친듯이 펑펑울며 쓰러져야 정상아닌가? 부모님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지켜보는게 지금은 제일 힘들어. 우리가 널 지켜주지 못해서 받는 벌인가? 니가 자살을 택하기 몇주전 너한테 모진말 한게 화근인건가? 너도 힘든데 식구들은 본인이 힘든것만 너에게 자꾸 얘길 했던게 짐이 되었겠지. 서울에서 너랑 같이 잠깐 살았던 그 친구는 자살시도 했을때 마다 니가 도와줘서 살아나고 살아나고... 지금은 미국가서 너무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것 같아서 그 친구가 원망스럽기도 해. 우울증이 있던 친구랑 오래 알고 지내면서 너한테도 안좋은 영향을 끼친건 아닌가하는 원망도 들어. 며칠전이 너의 기일인데 연락도 없더라. 어디다가 속 시원하게 털어놓고 얘기도 못하니 나도 너무 답답해. 누가 먼저, "괜찮아요? " 라고 물어봐주면 좋겠는데...너도 그말이 듣고 싶었는지도 몰라. 너랑 주고 받은 마지막 톡.
"언니, 뭐해? "
"어디어디 가고있어. 왜?"
"그냥."
그냥...이 아니였는데. 왜 난 그때 그냥 아무것도 안했을까. 너도 일이 잘 안풀려서 이리저리 노력했었을텐데, 가족들이 알아주고 챙겨주지 못했었어.
하이바이마마 드라마 보면서 제발 나에게도 그런일이 생기면 좋겠다. 라는 생각만 들었어. 죽음은 절대 되돌릴수 없다는걸 알지만, 아직도 실감나지 않고, 받아들여지지가 않아. 니가 죽었단걸 알게된 그날이 떠올라서 힘들어. 왜 그렇게 갔니... 언니가 미안하다. 동생아.
엄마 진짜 일년됐네 많이 보고싶어
애기들도 할머니 그리워해
일년동안 뭐 했어? 혹시 나도 보고싶긴 했어?
나는 많이 울고 술 엄청 먹고 약도 많이 먹었어
미안해 그러다보니 살도 쪘어
엄마는 행복했어? 행복하길 바랍니다
엄마 많이 사랑해
죽을수도 없고 그렇다고 제대로 살 수도 없는
인생이 참 슬퍼서 나는 다 버렸어
근데 이게 막 슬프진 않아
다들 이렇게 힘든 나를 멀리 했어 괜찮아
멀리 한 사람들이 많았지만
그래도 나를 생각해주고 힘이 된 사람들도
있었어
오늘 엄마 생각을 하면서 또 울었어
40 년만 기다려줘 사랑해
나는 4일만 살다 죽어도 괜찮은데
애기들 땜에 미안해 난 애기들 지켜주고 갈께
엄마처럼 안 갈래
나 미웠잖아 나 싫었잖아 내가 갈때까지
하늘에서 행복하게 살아
나같은건 다 잊고 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