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내가 홍콩 갔다 오면서 언니 사준 핸드크림, 그거 왜 아직도 있어?
홍콩 갔다 와서 몇 년이 흐르고 나서, 작은언니랑 셋이 홍콩 가자고 계획 세웠잖아
결국은 못 갔고, 그리고도 몇 년이 다시 흘렀는데,
왜 아직도 언니 화장품 파우치에 그게 있냐고
왜 내가 선물해준 거 그 때 그 때 안쓰고 모아놨냐고
내가 그걸 가져와서
유통기한이 지나도 한참 지난 그 핸드크림을
언니 생각하면서 언니 대신 쓰고 있어
쓸 때마다, 언니 왜 이걸 쓰지도 않고 가지고 있었는지 생각하는데
그런 핸드크림들이 집에 몇 개 더 있어
내가 주고 언니가 안 쓴거,
같이 제주 왔을 때 언니 쓰라고 사라고 이거 좋은거라고 같이 사고 언니가 안 쓴거,
핸드크림, 에센스, 헤어에센스, 쿠션팩트, 선크림, 이런 잡다한 화장품이랑 소품들
언니가 나 첨 혼자 산다고 사주고 간 냄비, 협탁, 커튼, 이불, 베게, 의자, 전기밥솥, 머그컵, 과자, 라면, 참치, 스팸 이런거
언니 떠날 생각하고 있어서 그렇게 다 챙겨주고 간거야?
난 아무것도 모르고 좋다고 다 받았는데
매일매일 쓰면서 언니 생각이 나서
내가 너무 바보같고 등신같잖아
밥솥 잘못 사줬다고 밥이 맛이 없다고 찹쌀은 왜 사주고 간거야
그거 다 먹는데 너무 오래걸려
언니가 사주고 간 거 다 먹고 써서 없애야
언니 생각이 덜 나고 언니한테 덜 미안할까
언니 그냥 돌아와줘
그냥 살아서 돌아와줘
아빠 손 붙잡고 다시 돌아오자
그럼 내가 비빔국수 해줄게
우리 어렸을때 아빠랑 같이 야식으로 잘 먹었던 그 비빔국수
이번엔 내가 해줄게
언니 그냥 돌아와주라
꼭 그렇게 가야했니... 헤어지자고 한 내가 죽도록 미워서 그런거니... 이제는 용서 받지도 못하게..
니가 그랬지 나는 너없이도 잘 살꺼라고.. 보고있으면 대답해봐 내가 잘 살고 있는거 같은지.. 아직 나는 살아있으니 그렇게 보이려나
나는 매일 너 따라가고 싶은데..미련은 없는데 내가 그래버리면 내가 느끼는 고통이 또 가족이나지인들에게 옮겨가는게 너무 싫고 미안해서 하루 하루 버티고 있는데 이것도 이제 지친다.. 난 그저 너도 행복하고 나도 행복하길 바랬을 뿐인데.. 그 죄값치고는 너무 괴롭네..
그렇다고 널 원망하는건 아니야..그저 매일 후회하고 매일이 미안하고 순간 순간 마다 니가 그리워.. 내가 할수 있는 일이라곤 매일 너를 기억하고 납골당에 꽃이 시들기전에 갈아주는 것 밖에 할수 있는게 없어서 한스럽고 미안해.. 내 옆에 있을때 잘했어야지.. 이게 무슨 소용있겠니... 내 옆에 아직 머물고 있으면 가끔씩 꿈에라도 찾아와줘.. 난 이제 뭘해도 즐겁지 않고 행복 할수 없는 껍데기밖에 남지 않은 삶을 힘겹게 이어가니 불쌍하다 여겨줘.. 나를 용서해줘..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