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아야 내다
이제 좀 눈물이 사그라드는 때가 왔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아닌가보다
일도 아닌 일에 집중하다보면 형 생각도 잠시 사그라들겠지 생각하고 실제로도 그랬어 근데 잠깐 잠깐 남는 시간마다 너무나도 큰 아픔이야 그래서 형이 쉴 틈 없이 움직였던 걸까?
지금 날 이루는 모든 것에 형의 기운이 서려 있어
이럴거면 차라리 서로 남남처럼 지내는 다른 집 형제처럼 살았으면 좋았을텐데
형 생전에는 짓궂게 표현했던 방구 먹이는 거 눈뭉치에다 돌멩이 넣어서 내 입에 구멍 냈을 때 레슬링 따라한다고 나 괴롭히던 때 그게 다 너무 좋은 기억이였고 선물이였어 다른 사람들 얘기 듣다보니까 형이 어렸을 때 나 괴롭힌 거 후회했다 하더라고 ㅋㅋ 내 앞에서는 그런 말 안 하더만 내가 그게 진심으로 싫었다면 성인이 되어서도 어따가 신고했겠지 아니가 왜 솔직하지 못했는지 스스로에게도 형에게도 너무나 열받네 킹받네 -_-!!
형이랑 나랑 공통분모도 많았잖아 거의 다 내가 따라간 거긴 하지만 형 덕분에 만화도 좋아하게 되었고 만화가 유튜브도 같이 보고 옷 잘 입는 것도 관심 생겼더니 만나서 얘기하다보니 같은 패션 유튜버도 구독하고 있었고
살인을 해도 두둔해주는게 부모 자식 관계라는데 형이 무슨 큰 죄를 지었다고 엄마 아빠한테 말 한 마디 못하고 그렇게 가는 건데
하늘이 내게 두 번째 기회를 줄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어떤 관계로든 만나게 되든 서로에게 좀 더 솔직해지자고
형한테 이젠 물어볼 수도 없지만 맞잖아? 형으로선지 뭔지 항상 내겐 멋져보이고 싶었고(실제로 멋졌고) 괜찮아보이고 싶었겠지?
근데 난 형 나이가 되어서도 그렇게 멋질 수 없을 것 같아 형 따라한다고 장례식장 오신 분들께도 속 없이 항상 행복하셔야 된다고 주변 사람들 잘 챙겨주셔야 된다고 말했어
속으론 그냥 다 망해버렸으면 좋겠는데 말야
성인이 되어서도 했던, 서로 말로만 징그럽다고 했던 포옹과 뽀뽀 죽을 때까지 그리울 거다
나쁜 놈아!! 사랑해
엄마.. 엄마 진짜 못 됐다
엄마 하늘나라 간지 일년이 다 되가는데
우리 애기한테 오늘 처음 들었어
외할머니 하늘나라 가고 엄마도 70살 전에 따라
간다고 했다면서.. 도대체 왜 이런 얘기를 내 자식한테 듣게 만들어?
진짜야? 외할머니 돌아가시고 나서 왜 나한테
힘들다 얘기 한번도 안 했어?
나한테는 세상 모든 화풀이 다 했으면서 왜 힘든 얘기는 안 하고 그렇게 떠난거야?
나 힘들고 괴롭게 고통스럽게 살라고 그런거야?
진짜 밉다 엄마 나 안 보여?
일년을 매일 울면서 살았어
일년을 버텨냈어 앞으로 얼마나 살지는
모르겠지만 버티긴 할꺼야
난 매일을 후회하고 마음 아프고 내 가슴을
칼로 찔러대는데 나는 아니지 나는 아니야
나는 엄마한테 아무것도 아니었어
그저 오빠뿐이었던거야 나는 나는
엄마 엄청 사랑했어 한번도 사랑하지 않은적이
없었어 지금도 앞으로도 많이 사랑해
보고싶어서 매일 울어
동생아 그거 알아?
우리 가족 중에서 내가 온전히 내 편이라고 느낀 사람은 너 하나였어.
누나는 너도 누나를 그렇게 생각했다고 믿어. 우리 맨날 만나기만 하면 새벽까지 이야기 했잖아.
근데 마지막에 넌 누나가 네 편이 아니라고 느꼈을 것 같아서 너무 마음이 아파. 정말 아닌데... 정말 아닌데...
사랑하는 동생아 매일매일 누난 그 날 니가 보낸 시간을 생각해. 니가 어떤 표정이었을지, 무슨 생각을 했을지, 어떤 기분이었을지. 그 길은 너무도 외롭고 무서워서, 겁먹고 아팠을 니가 눈앞에 선해서 마음이 수없이 무너져내려. 내가 바꿀 수 있었을텐데, 누나가 조금만 다르게 말했다면 우리 동생이 그러지 않았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