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이상하리만치 괜찮았다.
그 날 이후로 가장 아무렇지 않았던 밤. 아이들과 정신없이 바쁘게 여느 때처럼 보냈던 하루, 그리고 저녁이 되어 자려고 누웠을 때 이상하게 나도 슬프지도 괴롭지도 않았다.
그리고 이렇게 아무렇지 않다니? 갑자기? 스스로도 이상하다 여기며 잠을 청했다.
억울한 마음도 없고 그냥 오빠가 편한 곳에 있을거야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잠을 잤고 새벽녘에는 늘 그렇듯 오빠 생각을 계속 했다. 계속해서 떠오르는 불현듯 떠오르는 여러가지 기억들.
그리고 오늘, 지금 나는 마음이 미어질 것 같다.
죽음을 선택한 그 순간 그 길을 차로 달려가는 동안 괴로울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져서 가슴이 답답하고 조여드는 것 같다.
보고싶고 목소리도 듣고 싶고 내가 그전에 했던 행동들, 만약에 라는 가정으로 숱하게 떠올렸던 그 행동들, 어젯밤에는 내가 그랬더라도 달라지지 않았을거야 막을 수 없었을 거야 라며 스스로 면죄부를 줬던 그 행동들이 다시금 떠올라 나는 마음이 너무 괴롭고 아프다.
난 이래가지고는 오래 못 살지싶다 하며
툭 내뱉는 아빠의 말과 불안해보이는 눈동자
해주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으로 한숨을 내쉬는 엄마의 공허한 눈빛
그 한숨이 말 한마디에 내 마음도 바닥 끝으로 떨어져버리는 기분이다
두렵고 무서운데 나는 잘 견딜 수 있을까
인생은 고난이라더니 정말이다
살아갈수록 더 고난인 것 같다
지금보다 나이들면 더 힘들어지겠지
올해 초에 가족들끼리 밥 먹으면서 작년에 나만 못갔던 가족여행 올해는 갈 수 있겠지!? 라고 했을때 큰오빠가 "올해도 가면 되지" 라고 했던 말이 떠 오르네.. 이럴줄 알았음 작년에 가족여행 같이 갈 걸 그랬다.. 아직도 카톡에 "떡볶이 먹으러 와" 하고 일상적인 카톡 가끔 들어가서 확인하게 되더라. 이제 떠나보낸지 7개월 됐는데 왜 아직도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는느낌이 나는지 모르겠다. 한편으론 왜 이랬는지 원망도 엄청했는데 이젠 왜 힘든걸 못 알아 줬을까 싶다.. 얼마전에 생일이였는데 차마 생일축하는 못해줬어. 아직은 우리 가족 모두 많이 힘들어 하거든.. 엄마아빠가 많이 지쳐보이셔서 가끔 거실에서 자다가 살짝 앓는 소리만 나도 혹시 무슨일 났나 깜짝깜짝 놀래서 방에있다가 괜히 엄마아빠 깨워보고그래.. 더 이상 내 주변 사람들이 무슨일이 일어날까 무서워졌어.. 사실 아직도 힘들다..
엄마 다음주면 추석이야
늘 같이 있었는데 엄마 없는 세번째 명절이야
엄마도 외롭지? 같이 있으면 정말 행복한 날들인데 엄마없으니 명절이 싫어
엄마... 지난주엔 오빠랑 통화하면서 엄청 울었어 아빠랑 오빠한테는 내가 우는거 보이기 싫었는데 너무 힘들어서 막 울었어
엄마가 없는게 서러워 너무 보고싶어
엄마 없으니 사는게 다 하찮아
고통스럽고 힘든 세상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어
하찮고 힘들고 고달프지만 내가 엄마따라 가면
엄마 진짜 많이 울꺼 같애
내가 얼마나 더 살아야 엄마 만났을때 행복할지 모르겠지만 내 몫은 힘들어도 다 할께
내가 매일 울어서 혹시라도 마음 아프면
걱정하지마
잘 지내고 있어
엄마 얼굴 목소리 다 기억해 사랑해
남매끼리 손 잡냐는 질문에 돈 줍니까라고 답 달린거 보면서 같이 웃었었잖아. 누가 돈 줘도 진저리 치면서 잡을 것 같다고 같이 깔깔거리면서 웃었었는데 그 때 니가 어떻게 웃었더라 무슨 표정이었더라 잘 기억이 안난다
그땐 그랬는데.... 이젠 누구한테 돈 줘서라도 니 손을 잡을 수 있다면 그러고 싶다
니 손이 따뜻할 때 잡아주지 못해서 미안해..차갑게 식은 손도 무섭다는 핑계로 제대로 잡아주지 못해서 미안해... 내가 널 잘 잡아주지 못해서 놓친 것만 같아서 너무 미안해...엄마아들이라고 부른 것도 미안해 착한 내동생이었는데 징그럽다는 핑계로 사랑한다는 말도 못해줘서 미안해
겁이 많아서 놀이기구도 제대로 못타던 니가 그런 결정을 내려야할만큼 여기가 끔찍했다는걸 왜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그냥 내가 다 미안해 자꾸 이렇게 니한테 징징거리면 안되는데 편히 못쉬게 괴롭혀서 미안해
이 미안함과 죄스러움을 어떻게해야할지 모르겠다 정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