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아빠
최근에 심리상담을 하면서 인형극 치료를 햇는데 아빠와 닮은 인형에게 '아빠' 라고 부르자마자 눈물이 터져나왔어.
아빠가 죽고나서 처음으로 아빠라는 단어를 말했거든.
매일 부르던 그 단어가 이제는 낯설고, 이상하게 느껴져.
턱이 부어 입꼬리가 올라가 웃고 있는 모습처럼 보이던 아빠의 마지막 얼굴이 아직도 생생해.
웃는 얼굴을 보니, 눈물이 뚝 멈췄어.
아빠에겐 이승이 지옥같았을거고, 아빤 이곳을 탈출한거라는 생각이 들었거든.
아빠를 벼랑 끝 까지 몰고간 사람을 원망하고 증오하지, 난 아빠를 원망하고 미워하지 않아.
그리고 우리집 막둥이 고양씨도 언젠가는 무지개 다리를 건너가겠지.
그때 꼭 마중나가줘야 돼. 알잖아, 등치는 남산만해도 겁 무지 많은 뚱묘인거 ㅎㅎ
아빠가 맞은편에서 '꼴통!' 하고 부르면 신나서 후다닥 달려가서 무사히 무지개다리 건널거야.
그리고 내게 주어진 삶을 다 살고 그곳에 갔을 땐 둘다 마중나와줘.
아빠가 잘 살으라 했으니깐 꼭 잘 살다가 가서 재밌는 얘기 많이 해줄게.
영원히 56살에서 멈춘 우리 아빠.
다음생이 아빠에게 주어진다면 누군가의 아빠라고만 불리우는 삶 말고, 그냥 하고 싶은 대로 살면서 아빠 이름 석자로 살아갈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길 바랄게. 이번생에는 나의 아빠로 살아줘서 고마웠고, 정말 고생많았어.
꼭 웹툰작가로 데뷔해서 저승에서 내려다 봐도 한눈에 찾아볼 수 있도록 빛이 나는 사람이 될테니 지켜봐 줘.
이 편지가 꼭 아빠에게 닿길 바라면서 마무리 할게.
안녕 아빠
엄마.. 엄마는 그냥 평범한 엄마였는데 엄마 없어서 너무 힘들어 엄마없으니까 나 40살인데도 이 세상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모르겠어 사람들이 엄마 죽으니까 나를 많이 떠 났어
이제 다시는 어느 누구한테도 힘들다 얘기 안 할꺼고 나 이해해 달라고도 안 할꺼야
내가 너무 내 생각만 했나봐 너무 힘들어서 나만 생각하고 애기들이랑 아빠 생각하면서 버텼는데 다 부질없었어
난 내가 죽지 않고 살아가는거 나한테는 대단한건데 그게 당연한거였나봐
내가 힘들다고 우는거 보기 싫었대
괜찮은모습 다 이겨낸 모습만 기대했나봐
아직도 힘들어 하는 모습 보고싶지 않았대
근데 나는 매일 우는데.. 엄마 죽은 날부터 한번도 안 운적 없는데.. 난 계속 울고싶고 사는게 힘든데...
내가 우는 것도 싫고 힘든 모습이 다 싫대
엄마... 40년 얘기했는데 20년만 기다려
애기들보면 난 50년 살고 싶은데...
슬퍼서 서러워서 못 살겠어
20년동안 애기들 많이 사랑하고 잘 키울께
아빠도 내가 잘 돌보고 챙길께
내 몫은 다 하고 갈테니 할머니랑 할아버지랑
꽃놀이 단풍구경하고 재미지게 살고있어
원망하는거 아니야 너무 서러워서 너무 슬퍼서
그립고 보고싶어 사랑해
49재가 지나가고 51일째다.
왜 날짜를 세고있는지 모르겠다.
거기 잘 갔니? 괜찮은 곳이지?
훌훌 털어버리고 가버려
모든 이 세상의 일 내가 짊어지고 갈테니 훌훌 털어버리고 좋은 곳에있다가 다시 예쁘게 태어나.
나도 훌훌 털어버리고 지내고 싶다.
그런데 그게 생각처럼 쉽지않네.
왜 그날의 기억이 그렇게 생생한지 모르겠다.
당신을 발견했을 때 다 장난인 줄 알았는데. 나는 그저 오열할 수 밖에 없었지.
지금도 너무 힘들다 그 때 생각하면.
그래도 모든 기억 내가 가지고 갈테니 당신은 그저 편하게만 있어라.
선주야 오빠다.
한달 지났지만 아직도 믿겨지지 않는다.
이런 감정 태어나서 처음겪어본다.
아무리 잊으려해도 순간순간 너의 기억들이 떠올르면 울컥울컥 가슴에
망치를 얻어맞은거 마냥 통증과 겪어보지 못한 무서운 외로움과
공포가 휘몰아치는구나
생전에 오빠 나 예전에 자살시도한적 있었다고 손목 자국 보여줬을때 기억난다. 그때 오빠는 피식 웃으며
다른사람은 몰라도 너는 절대 자살할
위인은 아니라고 웃고 넘어갔었는데.
그때 무슨 힘든일이 있는지 진지하게
생각하고 물어보지 못했던게 한없이
후회되는구나.
아무리 술을 마셨다지만
하루아침에 어떤 징후도 어떤 예후도
없이 가버리는 경우가 어디있니.
아무런 마음의 준비도 하지못한 오빠는 슬퍼서 어떻게 살아가라고
아무리 힘들고 현실이 어려워도 오빠는
너 하나 바라보며 너가 행복하고 잘 사
는 미래 상상하며 그 희망하나로 하루하루 버티고 버티었단다.
그날 오빠가 너 옆에 계속 있었더라면
이런일 없었을텐데 하는 후회도 쓰나미처럼 밀려온다.
지금쯤이면 술에 취해 전화와서
오빠 오빠하며 조잘조잘대야 하는
아이인데 생전 우리 선주 목소리가
아직까지 내 귓가에서 떠나질 않는구나.
남들처럼 약지도 못하고
어린아이같은 천진꾸러기 같은
말괄량이 우리 선주.
누구보다도 순수했던 우리선주
그래서 더욱 정이갔던 우리선주
한없이 바라보기만 해도
너가 무슨말 무슨 행동을 하더라도
모든게 귀엽고 모든게 한없이 예쁘고
안아주고 싶었다.
생전에 너한테 너가 부담느낄가봐
오빠는 너에게 꼭 하고싶었던 말
하지도 못하고 너를 보내버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