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번주엔 엄마 첫 기일이 있어.
엄마가 마지막에 들렸던 미용실 나도 들려서 예쁘게 머리 단장하고 새로산 코트와 아빠가 정성스레 다려준 바지 입고 엄마한테 갈거야.
나 보기보다 씩씩하고 야무지게 살아가고 있어. 때론 내가 몰랐던 아니, 어쩌면 모른척 했던 엄마의 속 마음을 마주할때마다 그 당시에 나의 모든 행동, 상황이 사무치게 후회돼.
첫 직장, 첫 연애 그런게 무슨 의미가 있다고 아픈 엄마를 제대로 보지도 못한채 정신이 팔려 있었을까.
엄마는 나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당신의 아픔을 끙끙 숨키느랴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렇게라도 딸과 남은 가족들의 일상을 무너뜨리고 싶지 않은 타인을 향한 마음은 결국 엄마 자신을 무너뜨리고 말았지. 엄마가 그토록 원했던 엄마보다 명량하거라, 엄마보다 행복하거라 바람들 이기적이게 챙길거야 나. 누구보다 똑똑하게 나의 즐거움, 나의 자유로움, 나의 담대함 다 챙겨서 나중에 엄마보다 더 늙은 나이로 엄마 옆에가서 쫑알쫑알 다 얘기해줄게.
3년이라는 시간이 말해주듯이 그대의 죽음앞에서 저는 더 덤덤해졌네요.
사무치게 그리운 날엔 날엔 우리 이야기가 담긴 그 노래들을 들어요.
현실과는 다른 그때의 노래들을 듣고 있으면 형용할수 없는 괴리감에 사로잡힐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함께였던 그때가 생각나서 위안을 얻을때가 많아요.
그 노래들조차 없었다면 견디기가 더 힘들었을지도 모를일이죠.
나는 당신의 세계엔 없는 존재나 마찬가지라서 그저 조용히 그리워하다 하루를 보내요.
유튜브에서 문득 특수청소사 직업 영상 보다가 언니 죽었을 때가 생각나네..... 언니 죽고나서 엄마아빠가 묵묵히 언니 있던 자리에 토한 흔적들 다 손으로 닦고 빨고 경찰 다녀간 발자국 다 닦고 그랬는데.... 아빠가 묵묵히 언니가 딴 자격증 증서들 상장들 다 찢어서 버리고 언니 물건 다 100L 종량제에 두세봉지 꽉차게 눌러담아 버리고 그랬는데 엄마아빠 마음이 얼마나 찢어졌을까. 며칠뒤에 언니 이름으로 우편물도 왔는데 난 엄마아빠 볼까봐 놀라서 버렸어. 그런데 분명 우편물 온 게 한두개가 아닐거야. 앞으로도 계속 올수도 있고..... 항상 묵묵한 우리 엄마아빠 생각하니 눈물이 난다 언니. 언니 죽고나서 내 우울증도 심해지니까 아빠가 집안 도배도 싹 새로 하고 크리스마스에 집안 분위기 살린다고 트리랑 전구도 사와서 달아줬었어. 약먹고 자기도 무서웠던지 119에 스스로 신고하고 결국 죽은 우리언니..... 어디 말할 데도 없고 너무 슬프다 이제 언니 기일도 지났는데 기일에 엄마아빠는 또 무슨 생각을 하며 보냈을까
아빠 ~~ 아빠 딸 왔어!
오늘은 어떤 주말을 시작하고 있어?
나는 오늘 너무 바빠서 출근해 ㅜㅜ
원래 갔으면 아빠보러 갔을텐데 너무 바뿌다
내일 쉬니까 보러갈게 ~~ 너무 보고싶어!
요즘 왜 내꿈에 안나오냐! 미워미워
빨리 나 보러 와!!!!! 너무 보고싶으니까
겨울이 다가오니까 마음이 좀 시려오는데 나 괜찮을 수 있도록 위에서 지켜봐주세요!
엄마는 내가 잘 지키고 있을게!
큰아빠랑 아빠 좋은 곳으로 여행갔다고 생각하고 살아가기로 했어 ㅎㅎ 좋은 곳 여행하고 할머니 할아버지 잘 모시고 있어 알겠지??!
너무너무 사랑해 우리아빠❤️
동생아~네가 떠난지도 벌써 7개월이 넘었네.
네가 떠난 즈음에 이 사이트를 알게됐지만 이제야 글을 남겨. 네가 떠난후 아빠는 하루도 안빼놓고 하루에 몇번씩 우셔. 술도 더 늘어서 거의 매일 드시고..
네방은 그대로 보존해놓은채 영정사진 앞에 계속 음식을 갖다놓으시고, 계속 네방에 불을 켜놔. 네 영혼이 왔다간다고 믿으시는거지. 저번에 아빠가 너 여행시켜주겠다며 네 영정사진 들고 여기저기 여행도 갔다왔는데 알지?
우리가 49재를 지내서 넌 이제 좋은데 갔을거라고 아무리 말해도, 영혼은 왔다갔다 하는거래. 절대 나쁜생각 안하기로 아빠랑 약속까지 해놓고, 왜 그렇게 떠났어ㅜㅜ
부모님이 널 그렇게 사랑하는데 그걸 모르고 떠난게 너무 안타까워. 이제라도 부모님의 사랑 느꼈으면 좋겠다.
그리고 언니가 너 아픈것도 이해 못해주고, 잔소리만 하고, 너무 못해준거 정말 미안해.
캄캄한 그 새벽에 높은 난간에 올라서는게 얼마나 무서웠을까.
새벽에 네가 보낸 카톡이 자살을 암시하는 마지막 카톡인줄도 모르고, 성의없게 답장한것도 너무 미안해. 전화라도 할껄ㅜㅜ
널 그렇게 보내서 언니가 벌받나봐.
너한테 조카가 생겼는데, 애기 상태가 지금 안좋아ㅜㅜ 애기가 건강하게 자랄수 있게 하늘에서 네가 지켜주면 안될까?
이런부탁해서 미안해. 근데 너 떠나고 우리가족이 너무 힘든 시간을 보내서, 엄마 아빠가 손주보면서라도 힘내셨으면 좋겠거든.
근데 애기마저 잘못되면 가족 모두에겐 또 큰 충격이고, 너무 힘들것 같아. 조카에게 기적이 생기길 도와줘.
그리고 언니가 앞으로 네몫까지 더 열심히 살고 부모님한테도 더 잘할게.
너는 거기서 안아프고 행복한거지? 우리 강아지 만나서 즐겁게 뛰놀고 있는거지?
꼭 그랬으면 좋겠다. 후생에서 꼭 다시 내동생으로 와줘. 그땐 언니가 진짜 잘해줄게.
동생아 미안하고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