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오빠
오빠는 유서 하나 없이 갔지만 나는 오빠한테 이렇게 편지 쓴다. 오빠 군대 갔을 때 인터넷 편지 쓰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 얼마 전에 오빠 디스코드로 건터가 뭐하고 지내냐고 묻더라. 순간 머리가 하얘졌었어. 오빠 소식 모르는 친군가보지? 뭐 무튼 오늘은 나 좀 힘든 날이었다. 요즘따라 오빠가 엄청 보고싶기도 했고 엄마아빠가 싸우기도 했고 이래저래. 내앞에서 죽느니 사느니 하는 게 얼마나 큰 상처인지 모르나봐. 나는 오빠 없는 지옥에서 그냥저냥 살아가고 있어. 어떤 날은 기분 좋고 어떤 날은 신변 정리할 생각하고 그래. 나는 오빠만큼의 결단력이 없고 우유부단 해서 오빠를 언제 볼 수 있을 지는 모르겠다. 가끔 상상하기도 해. 내 목숨 딱 일년만 남겨놓고 오빠랑 바꾸면 좋겠다고. 그러고 우리 전처럼 엄청 재밌게 놀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같이 게임도 하고 볼링도 치고 지내다가 죽을 수 있다면 좋겠다. 오빠 치킨 안 사줘서 미안해. 그게 뭐라고 아꼈을까 나는? 오빠는 나한테 운동화도 사주고 일본에서 인형도 사다줬는데 난 오빠한테 해준 게 없는 것 같아. 철없는 동생이라서 미안했어. 엄마는 오빠가 밉다고 하는데 나는 오빠 하나도 안 미워. 미안하고 보고싶어. 지금이 다 지독한 꿈이었으면 좋겠다. 오빠 어딘가에서 잘 지내고 있을 거라 믿을게. 나중에 봐.
동료지원활동가 설원
2021.02.26
안녕하세요, ID 뿌듯이님 따뜻한 작별 동료지원 활동가 ‘설원’입니다. 추모 공간에 찾아와 이야기를 나눠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작성해주신 글을 읽으며 참 놀랍기도하고 반가운 마음도 드는 것 같습니다. 저도 몇 년전 오빠를 떠나보냈습니다. 마주하면 다투시는 부모님 사이에서 나름대로 같이 버텨내며 지냈습니다. 사이가 좋았다고 말하기엔 부족하지만 나름대로 서로를 신경쓰며 살아왔습니다. 가끔은 장난도치고 다투기도하고 불안한 가정속에서 그나마 의지하고 있던 존재가 오빠였습니다.
그런 오빠가 떠나버린 후 자신도 죽어버리겠다는 어머니와 저를 탓하는 모진 말들에 많은 상처도 받았습니다. 괴로운 상황은 끝이 없었고 죽지 못 해 살고있었습니다. 저도 오빠처럼 떠나버리는 선택을 하기 힘든 성격임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립고 보고싶은 마음에 가끔은 꿈에 나와 아무일도 없었던 듯이 장난치기도했고 방문을 열고 나와 태연하게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못 해준 일들이 생각나 후회도 많이 했습니다. 막연히 오빠가 어딘가에 살아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그렇기에 ID 뿌듯이님과 글에 남겨주신 여러마음들이 정말 공감이 되었습니다.
'ID 뿌듯이’님은 오빠가 생각나거나, 부모님의 다툼을 볼 때 등 힘든 날 괜찮아지기 위해 노력하는 방법이 있으신가요? 저는 밤에 혼자서 울며 보낸 날들이 참 많았습니다. 그러다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상담을 받으며 조금씩 저의 상태와 오빠를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그립다가도 불쑥 밉기도하고 안타까우면서도 이해할 수 없었던 모순된 감정들이 대부분의 유족들이 겪어오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란 사실을 더보기 전체 내용은 글쓴이에게만 보입니다.
오빠야 오늘은 동사무소 가서 서류떼러 갔거든 근데 이제 서류에 오빠야 이름옆에 사망 이라고 적혀있는거야 그래서 실감이 안났는데 이게 꿈인가 싶고 뭔가 싶더라. 거기서 엉엉 울었다. 요새는 우는게 주체가 안된다. 엄마랑 같이 상담받으러 다니는데 분노조절이 잘 안된다. 나도 잘한 거 없는데 엄마 너무 밉다. 오빠야 공부할 때 좀만 공부 좀 집중 하게 내버려두지 맨날 돈안벌어온다고 머라하고 그래가 결국 돈벌러 가고나니 두통때문에 너무 힘즐어 했잖아...
오빠야랑 맨날 했던 죽어뿌지머 죽어야지머 했던 그말이 그 날 그거 장난 약간 아닌거 같아서 내가 그라믄 남은 사람들이 너무 힘들다~~ 했자나 그게 혹시 서운했나 싶다.... 다른것도 많은데 그게 특히 그렇다.... 그게 마지막통화였어서...... 오빠야 그냥 진작 상담가라하고 병원가라 할걸. 우리는 아빠 돌아가시기 전에도 후에도 늘 비슷한 상태였잖아.... 늘 이런 거라서 상담가라 병원가라 말을 못했는데 그게 너무 원통하다. 시간 진짜 조금만 조금만 돌리면 다 해결될거 같은데 답이 없을까 ...
!!아
너를 꿈에서 본적이 있어
어린아이 모습 일때도, 흐릿한 모습 일때도 있었어.
너의 외로움과 고통을 외면한 너를 용서해줘.
나에 대한 연민과 생활의 어려움 속에서 무능하게 허우적 거리던 나를 용서해줘.
미안해. 정말 미안해. 많이 힘들었을 너를 외면하고 마음속으로 멀리했어.
너의 짧고 외롭고 힘들었던 생을 너는 용감하게 스스로 중단시켰지..
미안하다. 나는 너를 잊을 수가 없어 가끔 힘들어..
너는 내가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랬고 나에게 아무 이야기 하지 않았어..
알면서도 나는 모른척했어..
미안하다. 사랑한다.
편안하고 안전한 곳에서 행복하게 행복하게 살길 바래..
사랑해.. 사랑해..
너를 알아주지 못하고 도와주지 못하고 사랑해주지 못해 미안해..
아버지
다음주에 아버지 보러 갈거야
애들 데리고 갈게요
매년 2월은 아버지 있는 바다를 보러 가네
아버지 덕에 . . .
아버지
살아계실 때 못해서 너무 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전화라도 밥이라도 치료라도
다 소용없고 평생 후회하며 죽겠지
늘 미안하겠지
어쩔 수 없고 돌이킬 수 없고
그냥 그렇게 살겠지
아버지 죄송해요
그곳에선 할머니 할아버지하고 즐겁게 행복하게 지내세요
아버지 다음주에 만나요
엄마 내 감정이 얼어버렸대
슬픔도 그리움도 즐거움도 행복감도
지금 내 상황과 생각들을 말로 표현할순 있는데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들은 표현이 안돼 감정들이 뭐뭐가 있는지 조차 모르겠어
나같은 사람이 무슨 상담을 하냐더라
엄마 돌아가시고 죽어라 내 마음 공부해보겠다고 엄마를 이해해보겠다고 열심히 공부하고 또 공부해서 1년이 지난 이제야 꾸역꾸역 문턱 앞에 섰는데
내 마음이 뭔지도 모르면서 다른 사람들 상담을 어떻게 하냐더라
나 여지껏 나를 위해 공부해온걸까
이것마저 손 놔버리면 나 뭘 위해 살아야해?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이 이거 아니야? 내 욕심일까 내가 하고싶은게 뭐였지? 엄마와 같은 아픈 사람들 살리고 싶은 마음이 진심이 아닌걸까? 나 정말 모르겠어 모르겠어 왜 자꾸 힘주고 사는지 왜 중요한것들을 자꾸 잊는지 가볍게 살자고 엄마보며 그렇게 느꼈는데 왜 손에 쥐고있는걸 놓지 못하는지 너무너무 속상하고 마음이 아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