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아 공주야 너가 그렇게 마지막까지 불렀다던 공주야. 어떡하면 이겨낼 수 있는지 병원도 검색하고 하다가 여기까지 들어왔어.
밤에 잠 드는거, 아침에 눈뜨는 게 너무 무섭고 힘들어. 너도 10년을 이렇게 살아왔다고 하니까 이런 기분이었겠구나. 내가 목요일에 우리 같이 통화하고 너희 집에 가서 재워줄걸 하는 죄책감에 버틸 수가 없어. 내가 또 너 찾아가면 나 내쫓을까봐 무서워서 그랬는데 그런거 생각하지말고 그냥 갈걸. 옆에 하루라도 더 같이 있어줄걸. 금요일 아침에 계속 전화할걸. 그저 혼자 잘 보텨내고 있구나 안심했던게 내 실수야. 그렇게 너를 잘 안다고 살아왔던 지난 시간들이 아무 의미가 없어졌어. 내 삶의 전부였고, 내 삶의 목표였던 너가 삶을 스스로 끊어버리니까 난 도저히 제정신으로 살 수가 없어 훈아. 늘 죽고싶다고 불안해보이던 너에게 훈아 그런 생각하지마, 어머니랑 공주 생각하면서 잘 맘 추스리고 극복해보자 라고 다독여줄게 아니라 병원부터 데려갈걸. 날 믿지말고 의사를 믿을걸. 내가 널 바꿀 수 있다고 믿었던 나가 원망스러워. 우리 지난 기념일에 내가 한날한시 라고 적었던 케이크를 들고 웃고 있는 사진을 지워버렸어. 뭐 모든 사진을 다 지워버리긴 했지만. 늘 우스갯소리로 훈아 우린 언제 죽는다고~?라고 물으면 백년해로 하고 한날한시에 죽을거야. 라고 대답하던 너가 너무 그리워. 그래서 우린 한날한시에 죽을거니까 너 죽으면 공주도 따라죽을거야. 약속했지. 근데 훈아 나는 너무 무섭고 겁이 많아서 따라못죽겠어. 넌 늘 겁도 많고 여린 애가 얼마나 고통 속의 나날들을 보냈을까 생각하니 나도 따라죽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해. 근데 다들 나는 잘못된 생각하면 안된대. 나는 빨리 이겨내고 일상으로 돌아가서 행복해져야 한대. 나는 훈이랑 그냥 같이 있는 것만으로 행복하다고 느꼈던 사람인데 그 행복을 너 없이 찾아야 한다니까 너무 막막하고 두려워. 아무도 없는데로 도망가고 싶어. 그리고 만약 언젠가 또 행복을 찾았더라도 그 행복도 뺏어갈까봐 행복할 수도 없어. 난 행복하면 안되는 사람인가봐. 그래서 너가 늘 나 행복하게 해준다고, 이 상황 잘 버텨내고 극복해지고 단단해져서 우리 엄마 앞에 부끄럽지 않는 사위가 되어서 정식으로 나에게 청혼하겠다는 말이 마지막 말이 되어버렸네. 나는 그말만 철썩같이 믿고 널 혼자뒀어.
훈아 내가 다 미안해. 널 혼자 둔 거, 너에게 계속 돈 아껴쓰라고 한 거, 약 좀 끊자고 화냈던 거, 스프레이 좀 그만 뿌리라고 한 거, 공주 좀 사랑해달라고 내몬 거, 가끔 너가 약에 취해 정신 못차릴 때 헤어지자고 한 거, 내이름으로 약 못 타준다고 버틴 거, 헤아릴 수가 없네. 자기는 늘 나 공주, 내 새끼라고 하면서 세상 어떤 여자보다 나 사랑해주고 끔찍이 아껴준 거, 약 끊으려고 노력해준 거, 그래도 공주때문에 이때동안 버텨준 거, 매일 사랑한다, 보고싶다 얘기해줘서 늘 사랑스러운 여자로 살게 해준 거. 평생 잊지 않고 감사하고 너에게 받았던 사랑 늘 가슴속에 안고 살아갈게. 그니까 훈아 좋은 데 가서 약 없이 푹자고 돈 걱정말고 원하는대로 택시도 타고 다니고 좋은 옷 입고 좋은 집에서 공주 기다리고 있어줘. 언젠가 내가 훈이 옆으로 가는 날 훈이가 늘 그랬던 것 처럼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어줘. 그때 우리 뽀뽀도 하고 손도 잡고 매일 매일 꼭 안고 자자. 훈이가 이제 맘 편히 잔다고 얼굴 편안해보인대서 그거면 됐다고 생각할게. 너 원망하지않을 수가 없어서 매일 원망하고 또 사랑하면서 지낼게. 훈아 공주 잘 살 수 있게 거기서 나 좀 지켜줘. 이제는 공주 행복 아무도 못 뺏어가게 공주 좀 지켜줘. 밥도 좀 먹게 아프지 않게도 해주고 잠도 잘 자고 울지 않게 좀 도와줘. 1년이든 10년이든 공주가 얼마나 더 살 지는 모르겠지만, 내 명이 다하는 날까지 난 스스로 죽지 않고 버텨볼게. 알았지? 그게 자기가 원하는거라고 했지? 나 자기말 잘 안듣는데, 이건 한번 말 잘 들어볼게. 내가 무너지면 세상에 남아있는 친오빠, 아빠도 무너져서 공주는 버텨볼게. 버텨볼게. 그니까 공주 좀 지켜줘. 옆에서 좀 재워줘. 출근도 잘 하게 해주고 회사가서도 덤덤히 일할 수 있게 용기를 줘. 퇴근할 때 훈이 동네 지나더라도 덤덤히 지나갈 수 있게 용기를 줘. 당분간 그 동네는 얼씬도 안할건데 그래도 언젠가 지나가는 날 나한테 용기를 줘. 아침이랑 저녁이 오면 그 순간을 버티는 기 너무 무서워. 얼른 이 시기가 지나서 예전처럼 잘 살 수 있게 공주 좀 도와줘. 보고싶어. 너무 너무 사랑해. 내 삶의 전부였어. 고마워. 태어나서 공주 만나러 와줘서 너무 고마웠고, 너랑 알게 되고 사랑을 배우고 사랑을 줄 수 있어서 참 감사했어. 훈이가 준 사랑 감사히 간직하고 이번 생에 너랑 사랑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고 너란 사람 만나게 되어서 행복했어. 우리 다음 생에 만나면 이번 생에 못다한 사랑 꼭 다하고 훈이 닮은 아들도 낳고 강아지도 키우면서 둘이 꽁냥꽁냥 살자 알았지? 그니까 너가 다음생에 공주 남편으로 태어날 수 있게 기도하고 너가 좋은 곳으로 갈 수 있게 날 기도할게. 보고싶다 너무너무. 사랑해. 사랑해 나도 진심이야.
엄마 다음주면 엄마 49제야 사실 난 아직 믿기지 않아 왜냐고? 꿈에 엄마가 계속 나오거든 그리고 꿈 속에서 나는 계속 엄마를 붙잡고 애원해 제발 엄마 그러지 말라고 엄마 우리 한번만 더 치료 해보자, 이렇게 힘들어도 나중에는 괜찮아질거라 말하며 엄마에게 맛있는걸 사주고 멋진 노을이지는 바다에 데려가. 하지만 엄마는 언제나 그랬듯 먹을 걸 거부하고 가장 아픈 모습으로, 아무말도 없이 나를 바라봐.. 나는 계속 엄마 꿈을 꿨어.어떤 꿈에서는 엄마가 죽기직전 내가 엄마를 붙잡고 살려내는 꿈을, 어떤 꿈에서는 너무나 일상적인 꿈을, 어떤 꿈에서는 엄마가 죽기 며칠 전으로 돌아가 엄마를 설득하는 꿈을.. 엄마, 나는 초등학생때부터 인생이 재미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의미가 없어졌어.. 나는 이제 무슨 의미로 살아야할지 모르겠어 평생을 아프다 지친 엄마가 한 선택이 이해가 되면서 인정을 못하겠어 이기적이고 불효자식이라 할지 모르겠지만 난 엄마가 아파도 내 옆에 있었으면 좋겠어 보고싶어 어떡하지 엄마 내가 이걸 하나 못 물어봤어 엄마, 엄마가 보고싶을때는 어떻게 해야해..? 엄마가 걱정할까봐 나는 뭐든 잘한다 말하고, 엄마가 아파서 날 못챙겨주는걸 미안해할까봐 뭐든 알아서 하는 모습 보여주지말걸, 밥도 알아서 해먹지 말고 집안일도 하지말걸, 항상 걱정만 끼쳐서 엄마가 차마 나를 두고가지못하게 이기적이고 자기간수 못하는 나쁜 딸할걸 후회해..엄마, 엄마는 이제는 엄마가 없어도 괜찮겠다고 생각한거겠지. 엄마 안 무서웠어? 후회되지 않았어? 얼마나 외로웠어. 얼마나 힘들었어. 지금 엄마가 없는 나보다 엄마는 더 힘들었던 거지...?
미안해 엄마 나는 죄인이야 내가 지옥갈테니까 엄마가 천국가줘 너무너무 보고싶어 사랑해 내 삶의 의미는 전부 엄마였어 나는 이겨내고 있는데 아빠가 너무너무 힘들어해서 걱정이야 내가 잘 챙겨줄게 난 항상 잘하잖아 걱정마 엄마
사랑하는 내 동생 호진아~
내가 이렇게 불러주는 걸 참 좋아했는데
왜 이렇게 부르지 못하고
정없게 야와 마로만 너를 불렀을까ㅎㅎ
그 죗값을 내가 받고 있는걸까
너무 아프고 힘들다 내 동생아
너는 더 아프고 힘들었겠지
나 지난 열달동안 진짜 힘들었어
일 그만두고 폐인 생활하느라
살도 15키로나 찌고 나 돼지됐다
끊었던 담배도 다시 피우고ㅎㅎ
근데 이제 이렇게 살면 안 될 것 같아
나중에 너를 보러갈 때 떳떳한 형이 되고싶거든 물론 지금 질질 짜고 있긴 하지만
살도 빼고, 술도 줄일거고, 담배도 끊을거야
너의 죽음으로 인해 더 이상 절망하고 내 삶을 망치지 않을거고
너의 죽음으로부터 뭘 얻거나 배워서 성숙해지지도 않을거야
내 4분의 3의 삶을 너 없이 보내는 거에 슬퍼하기보다
내 4분의 1의 삶을 함께해준 너에게 감사할게
너와의 추억에 힘을 얻고 가끔 웃음지을게
힘든 삶 이제까지 버텨줘서 고마워
힘든 와중에도 가끔 나랑 살갑게 대화하고, 내 농담에 웃어줘서 고마워
싸우고 화 금방 풀어줘서 고마워
속좁은 내게먼저 미안하다고 말해줘서 고마워
왼 손으로 글씨 잘 쓴다고 칭찬해줘서 고마워
내가 컴퓨터 고장내면 고쳐줘서 고마워
아빠랑 나랑 싸울 때 말려줘서 고마워
돈가스랑 피자, 치킨 사오면 내게 먹을거냐고 물어봐줘서 고마워
내 동생으로 태어나줘서 고마워
나 이제 진짜 열심히 살거야
그래서 다시 만날 때는
'너의 죽음때문에 죽을만큼 힘들었어'가 아니라
'나의 4분의 1의 삶을 함께 해줘서 고마워'
라고 말할거야
사랑하는 내 동생 호진아~ 잘 있어라~
너무 보고싶다
잘있지
천국에서 잘있지
보고싶다
이제 3개월됬는데
보고싶다 살아있을땐 밉고 짜증났는데
어제는 꿈에 왜나온거야
내가 자꾸 후회되 잘해줄껄
더 잘해줄껄
하지만 후회하지않을래
그곳에 우린 다시 만날꺼니까
엄마랑 잘있지?
보고싶다 모두
천국에서 다시 만나
그때는 사이좋게 지내자ㅎ
마지막으로 오빠가 나에게 유서에다가 한말처럼
나도 고맙고 미안해
고맙고 미안해
오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