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야
코코라는 영화를 보니까
저 세상 가는 다리에 예쁜 꽃잎이 곱게 뿌려져 있고 입구에 돌아가신 할머니 할아버지가 마중 나와 계시던데 제발 정주 너도 그렇게 좋은 곳에 가서 여기서 못 누린 것들을 누렸으면 하고 간절히 바란단다
엄마랑 누나들은 네가 없는 삶에 조금씩 적응하고 있는데 네가 서운하지 않으려나?
네가 전에 써준 편지를 다시 보니 넌 병이 빨리 나아서 보통 사람들처럼 살고 싶어했다는 것이 너무 절실하게 느껴져서 너무 미안하고 가슴이 아프단다
사람들은 알까? 네가 누구보다 살고 싶어했다는 것을..
사람들은 너무 쉽게 말을 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정주야 누나가 더 널 이해해주지 못해 외로웠지? 너무 미안해 그렇게 떠나가도록 둬서
정말 너무 미안해
오빠, 여보 잘지내고 있어?
지난번에도 이렇게 편지를 시작했었는데, 잘 지내고 있는지가 제일 궁금하네..
내일, 아니구나 12시가 지났으니 오늘이 벌써 49재야.
복직하고 하루하루 바쁜나날을 보내다보니 오빠가 가까운곳에 있어도 못간지 벌써 한달 하고도 열흘이 지나가고있어.. 내맘은 급한데 , 상황이 여의치가 않네..
혹시 내가 오길 기다리고 있진 않은지, 일부러 안온다고 생각하는건 아닌지.. 혼자 상상하면서 미안하고, 다른가족, 친구들은 오빠를 보러갔나 궁금하기도 하고 맘만 급하게 하루하루 보내고있어..
6월은 나한테 더 잔인한 것 같아... 우리딸 유치원 생일파티, 그리고 다가올 진짜 생일..
어디 6월뿐이겠냐마는 그래도 ..맘이 많이 아프고 지친다..
며칠전 유치원생일파티때는 다행히 아빠가 오신 부모님은 없었어 , 괜히 아빠 한분이라도 오시면 우리딸보다 내가 더 마음이 아파서 눈물이 날것 같아서 미리 걱정했는데.. 그렇게 숙제 하나를 끝냈어
오빠 내가 조만간 회사 휴가내고 꼭 갈게. 오늘 가서 오빠 편안히 지내라고 인사해주고 싶었는데 못가서 정말 미안해. 내몸이 10개 아니 2개였음 좋겠어 ..
혹시나 나랑 우리 딸 걱정하고 있다면 하늘에서 지켜봐주면서 우리 행복하게 지낼수있게 도와줘. 부탁해.
그리고 오빠한테 생기면 이곳의 힘을 빌려 이렇게 남길게. 오빠가 부디 볼수 있길 바래.
그리고 이번달 안에 제일 큰 숙제이자 목표, 우리딸 진짜 생일 행복하게 보내고 난 이후에
오빠의 부재를 우리딸에게 잘 설명하기. 지금도 공부하고 있어 ..이번달에 못할 수도 있겠지만..
책도 여러권 읽고 많은 사람들의 도움속에서 준비하고 있어.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나고 내가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생각도 하지만, 나 용기내서 준비하고있어. 도와줘~
모든걸 말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오빠를 미워하지 않게 , 상황을 현실로 받아들이게 한단어 한단어 공부하면서 마음이 상처 받지 않게 공부 열심히 해서 준비할게.
나 이렇게 할게 많아서 오빠보러 자주 못간거니까 이해해줄거지?
오늘은 꼭 가고싶었는데..가야만 했는데.. 미안해. 나도 오빠 많이 보고싶고 그립고 그립다..
경민아..내동생 경민아
언니는 아직도 너를 매일생각한단다.
그날 ..
회사를 마치고 너한테 갈까 고민하던 횡단보도에 여전히 멈춰있어.
전화를 하고 그날도 여느때와 같은 다툼이라고생각했어..
너에게 필요한건 질책이라고 생각하며,따뜻한 말한마디하지않고 통화를 끊었던 나를 원망해
그날 횡단보도에서 너에게로 갈걸하고 매일을 후회해
내가 막을수있었는데 , 언니만이 너를 붙잡을수있었는데
경민아
언니가 미안해
너가 가고
깨달았어
언니가 너무 미안하다
언니가 더. 따뜻한사람이었다면 너에게 아픔을주지않았겠지?
언니는 ..언니도 인생을 사는게 너무 힘이들었어
주변의 크나큰 기대들
그리고 바라보는 꼬인시선들
언니는 감성.. 감정..들에. 인생을. 쓸 시간이 없다고생각했어
무슨일이 있어도 앞으로 나아가야할뿐 멈춰있을수없었어
그런데 지금은 그 모든게 너무 후회로 남는구나
잠시멈춰 널 안고 함께 멈추어있었어야하는데
지금보다 더 어릴때는 도박에 미쳐서 가족을 돌보지않는 아빠 , 그리고 모진 삶의 풍파에 시달려 언제나 예민한 엄마
어린 나조차 의지할곳없고
나를 의지하는 너를 이끌어야한다는 책임감이 때로는 버겁고 때로는 무거웠다
그런데...
경민아 사랑하는 내동생 경민아 몇번이나부르고또불러도 보고싶은 내동생아
이제야 고백하건데
너를 향한 언니의 마음은 책임감보다 사랑하는 마음이 더 컸단다
내가 대신 아프고싶다 너대신
언니너무힘들어
너가보고싶어서너무힘들다
다시너를안고있고싶다
언니한테 안기던 너를 보고싶어 힘들다
아무나붙잡고 울고싶다
사랑하는 내동생 경민아
언니가 너무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