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문득 생각나서 몇 자 적어보려고
제법 시간이 흐르며 무던해졌는지 아픔과 슬픔보다는 헛헛함이 가슴에 옅게 차있다.
현실을 받아들이고 순응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이 변화과정이 너가 내 안에서 사라지는 것만 같아서 마냥 반갑지만은 않아.
그 날 그렇게 장례식장에서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 나름 수소문을 해봤지만
생전 흔적이 남은 장소조차 알아낼 길이 없어서 참 속상했고, 지금도 마음이 안좋네.
얼마전에 동기들끼리 J 청첩장 모임가졌어, 뱃속에 아가도 이쁘게 자라고있대 기쁜 소식이지?
가는길에 같이 가던 H가 문득 너 이야기를 하더라, 너 생각이 났다고 좋아했을 것 같다고.
지워지지 않을 먹먹함을 안고 살아가는건 비단 나 뿐 만은 아닌가봐 그게 작은 위로가 되기도하고 짠하기도 하고
참 복합적인 감정이 들어, M은 최근에 새 연애를 시작했는데 잘 맞나봐 원래도 말이 많았지만 요즘엔 유독 더 심해져서
귀에서 피 날 것 같아ㅋㅋ 무던한 척 하지만 M도 많이 그리워하는게 느껴져, 한 껏 술에 취해서 둘이 꼴사납게 펑펑 울던날이
아직도 선하다. 할 말도 많고 풀어낼 응어리도 많은데 막상 쓰다보니 조금 힘드네, 나도 삶이 버겁고 힘든가봐
편히 쉬고있어라 친구야 허락된다면 언젠가 다시 만나자...
세상이 망한거 같아..한순간에 우리가족 인생이 그렇게 최악은 아니구나 싶었는데 비극으로 치닫게됐어..순간순간 감정이 엄마를 원망했다가 이해했다가 미웠다가 보고싶다가
내가 너무 혼란스러워.. 우리엄마 아닌거 같애..우리생각해서 그래도 참고 참고, 견디고 견디고 그랬는데 더는 안되겠어서 너무 지치고 힘들어서 다 내려놓고 간거야..? 엄마가 아프지만 않았어도 아직 내옆에 엄마가 있었을텐데..왜 세상은 엄마한테만 가혹해..
착한 사람들한테만 못살게 굴어.. 왜 엄마는 힘들게 살아왔는데 아프기까지 해야됐는지..내가 좀 더 보살폈어야 했는데 우울증약을 먹었더라면 엄마는 괜찮아졌을까.. 티를 내지 아프다 힘들다 살려달라 울어버리지 내가 마지막에 통화할때 무심하게 받아서 나 미워서 갔어? 엄마는 마지막에 어떤 생각을 하면서 갔을까 펑펑울었을까 의연했을까 몇 번이고 주저 앉았을까..작은오빠는 어떡하라고 그렇게 갔어 엄마가 제일 안쓰럽게 생각하는 둘째 생각도 안하고 그렇게 간거야? 우리 모두가 힘들어하고있어 아무도 괜찮지가 않아 우리가 이렇게 고통속에서 지내고있을거라는걸 알았으면 엄마는 안갔을까? 누가 자기 엄마가 그렇게 갈꺼라고 생각이나 했을까..엄마 진짜 보고있어? 우리곁에 있어? 진짜 믿고싶다..착한 우리엄마 귀엽고 이쁜 우리엄마 사랑해 그냥 다 사랑해 엄마 진짜 최고로 잘살았어 그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야. 지금도 계속 우리옆에 살아있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우리가 엄마 몫까지 잘살게 우리 훗날 꼭 다시 만나자 내엄마 우리엄마 사랑해
언니가 성범죄피해자인 것도... 그냥 언니도 상담사 꿈꿨지만 제일 큰 가해자도 상담사로 아직 일하고 있단 게... 현실이 너무 끔찍해서 일부러 생각 안 하고 살고있는데 그냥 가끔 생각날 때마다 너무 숨이 막혀 요즘 잘 지내는데 언니생각이 날 때마다 그리움에 사무치고 답답해서 숨이 막혀 괴로워 아무한테도 말할 수 없다는 게 또 괴로워 솔직히 갑자기 이런 얘기 해봤자 이제와서 동정표 얻는 것밖에 안되고 뭐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니까..... 그냥 이런거 생각나면 종종 나도 따라가고싶어 훗날 부모님 돌아가시고나면 나혼자만 남게되면 그냥 미련없이 죽을래 지금은 왠지 용기가 안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