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언니의 짐이 제 집에 왔어요. 바쁜 일상에 등떠밀려 지내고 있던 터라 언니의 흔적을 덜컥 받았을 땐 얼마나 맘이 떨렸게요.
물론 짐을 받기로 미리 약속했었어요. 저도 부모님도 원하던 일이고 보내주신 분껜 참 감사하답니다.
그런데 상자 가득 쏟아져 나오는 언니의 손길 묻은 짐들을 보니 꽁꽁 싸매두었던 마음이 부욱 찢겨 터져 나오는 것 같았어요. 장례식 때 제대로 울지 못한 게 이제서야 터져 나오는 걸까요. 이제라도 울어 다행인걸까요. 앞으로도 이렇게 혼자 울 일이 수없이 많을 거란 직감이 들어요. 아아. 늘 함께 울어주던 언니가 이젠 정말 없어요. 또 울게 돼요.
버려도 될 것들은 버리고, 제가 사용하며 언니를 기억하고 싶은 건 챙기고... 눈물 닦은 휴지를 쌓아가면서 짐 정리를 겨우 끝냈습니다.
그런데 끝난 게 아니에요. 이 짐들을 부모님껜 또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평생 받지 않은 척 할까요. 이런 것들을 받았다, 전화로 말씀드릴까요. 그럼 되려 혼자있는 저를 걱정하실까봐 걱정돼요. 그렇다고 부모님께 보내드리면 저처럼 울게 될까봐 그것도 싫어요.
이런 결정들이 이젠 어렵고 외롭네요. 특히 부모님과 관련된 일은 늘 언니와 상의힜는데요. 제가 미처 헤아리지 못한 부분까지 다 깊게 생각해주던 내 언니인데요.
짐들을 보면 언니를 소중하게 생각해준 사람들의 흔적도 참 많아요. 손편지가 한가득. 우리 언니는 정말 사랑받았던 것 같은데. 그게 다 무의미할 만큼 마음이 무척 외로웠나봐요.. 그걸 몰랐던 내가 싫고 또 죄책감이 들고...
언니가 이렇게 떠나고 나는 일상으로의 회복에만 집중했어요. 그런데 이젠 뭔가 행동하고 싶어져요. 자살은 개인의 문제일까, 사회의 책임일까. 어디선가 본 토론주제. 나는 남은 시간 동안 어떤 행동력을 가진 시민으로 살아야 할까.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할까. 고민에 빠지는 밤입니다.
언니처럼 소중하고 멋진 사람이 스러지는 사회는 뭔가 크게 잘못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이건 분명 크게 잘못되고 있는 거예요. 이런 상처는 반복되서는 안 돼요. 떠난 언니는 돌아오지 않겠지만 더이상 스스로 포기하는 사람은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제발, 제발.
언니... 벌써 언니가 간지도 2해가 지났어...
언니.. 잘있는거야?? 너무 보고싶다... 정말 한번만이라도 딱한번만 언니 안고싶다.. 언니 미안해... 언니가 그렇게 힘든줄 몰랐어.. 난 정말 나쁜동생이야 ... 언니가 그렇게 우리두고 떠날지 몰랐어.. 정말 몰랐어... 그게 마지막인줄 알았다면 언니 그렇게 보내지 않았을텐데... 더 따뜻하게 말해줄걸.. 더 살아보자고 말해줄걸... 너무 후회가되... 난 평생 언니한테 받기만 했는데.. 아무것도 못해줬는데.. 그렇게 가버리면 어떻게... 다시 만날수있을까... 제발 꿈에라도 와서 얘기해줘..
우리 그날처럼 또 언제 마주하며 술한잔 할수있을까... 언니... 언니가 너무 미울때도 있지만 그래도 언니가 자유롭게 정말 행복한곳으로 갔으면 좋겠어... 우리 다시 나중에 꼭 만나자... 제발..
언니.. 애들걱정 엄마아빠 걱정하지마... 내가 잘할게 언니몫까지..언니 정말로..정말로 사랑해..
할머니, 이젠 아프지 않기를 바래요.
아빠를 생각하면, 가끔은.. 할머니가 원망스러울때도 있어요.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까.. 만약에란 생각이 지워지질 않지만
얼마나 힘드셨을까 생각하면 어디에서건 평온하시길 바라게 되요.
아빠는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요.
언제까지고 가슴 아파하실테지만 그 마음 제가 함께 나누면서
할머니를 그리워하는 게 너무 고되진 않도록 제가 늘 곁에 있을 거에요.
아주 나중에,.두 분 만나시거든 꽉 끌어 안아주세요.
그 전까지 제가 할머니 몫까지 더 자주, 많이 안아드릴게요.
보고싶어
한번만 안아보고 싶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
내 인생에서 딱 한번만 그렇게 주어진다면
주저없이 니가 날 붙잡던 그날 아침으로 돌아갈거야... 그날 나한테 무슨말이 하고싶었어? ... 이기적이라고...?
언니가 이기적이여서 미안해...
많은걸 양보하게 만들어 미안하다...
이젠 갚고싶은데... 니가 없네
진짜 가족... 내 마음 아는 유일한 진짜가족....
기댈곳 없이 버티고 있는 이 세상이 언니는 너무 외롭고 힘들다...